[기자수첩] 리콜 유감

 “같은 제품으로 일본에 1000만달러를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견실하게 사업을 영위하던 중소기업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침통했다. 모 중소 LED업체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취재원은 현재 ‘불량 LED 업체’로 낙인 찍혀 해외 수출 길이 막히고 있다고 전했다. 불량 전기용품 33개에 대한 기술표준원의 리콜조치를 보도한 지 꼭 한 달 만의 일이다.

 지난달 22일 기술표준원은 조명기기, 온열기기, 마사지기 등 6종 전기용품 425개의 시판품을 조사하고 이 중 33개 제품을 리콜조치, 3개 제품에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 회사 역시 이 때 리콜조치를 받았다.

 물론 소비자 안전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털끝만큼이라도 불량을 생산한 것은 해당 기업의 잘못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리콜 조치인 만큼 평가에 공정성을 기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번 시판품 조사대상 425개 중 대기업 제품은 빠져 있다.

 기표원은 이에 대해 “대기업은 알아서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세탁기 등의 불량을 일일이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조사는 불량이 있는 중소기업 제품들만 골라 집중적인 단속을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주체에 비단 중소기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에도, 동반성장이란 말이 무색한 대목이다.

 더구나 무역 1조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는 국내 산업 육성이라는 가치도 간과할 수 없다. LED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다. 일반 조명은 상업 건물이나 야외 등 비거주 분야 수요가 증가하면서 작년 대비 1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산업의 고른 진흥과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담당하는 실물경제 부처에서 휘두른 칼이 도리어 싹을 잘라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리콜은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사전조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칼이 공정성을 잃지 않을 때 전 산업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다.

 정미나 산업전자팀 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