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미국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 퇴출된 살충제가 우리나라 방역당국에 의해 대량 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질병관리본부와 인천·광주·대전광역시, 경기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충청남북도 등 10개 지자체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선진국에서 퇴출된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를 방역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당국이 방역에 사용한 문제의 성분은 ▲피리미포스메칠 ▲바이오레스메츠린 ▲알레스린 ▲바이오알레트린 ▲에스바이올 ▲붕산 ▲클로르피리포스 ▲페니트로치온 ▲프로폭술 ▲히드라메칠논 ▲퍼메트린 ▲피페로닐부톡시드 ▲피레트린엑스 등 13종류다.
이 가운데 클로르피리포스는 임산부 노출 시 태아 지능 저하 등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제품으로, 미국에서는 2000년, 유럽연합에서는 2008년 자진 철수된 제품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제품의 허가제한 및 생산중단 건의가 있었다. 식약청은 지난 7월 의약외품 살충제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 문제의 살충제 성분 13종에 대한 안전성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식약청이 이런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는 바람에 최근까지 이들 성분이 방역에 사용됐다고 최 의원 측은 설명했다.
인천광역시는 등산로와 공원 등 모기발생 지역은 물론 가옥과 경로당 등의 방역에 이들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지원했고, 전라북도 등 다른 지자체도 마을과 등산로 등에 살포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에 주민들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셈이다.
최 의원은 "대체제가 없다면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안전한 성분 42종이 들어간 제품이 있었다. 그런데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방역에 사용된 것은 식약청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