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제조사들이 일부러 출고가를 높여서 신규 제품 수요를 억누를 리 있겠습니까.”
한 휴대폰 제조업체 임원의 토로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제조사 장려금과 단말기 출고가에 대한 연이은 질타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부 제조사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시장경제연구원의 ‘통신시장의 생태변화와 정책 대응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제조사 장려금만 폐지해도 가계 통신비가 연간 약 1조3000억원이 절약된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연구원의 해당 보고서는 제조사 단말기 장려금 폐지 이전(현행)과 장려금 대부분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전가된 경우, 단말기 장려금이 폐지된 경우 등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사 장려금을 업계 평균에 가까운 25만원으로 특정했을 때 단말기 장려금이 대부분 소비자 가격 인하로 전가되는 경우는 현행보다 3만7500원, 폐지될 경우 6만2500원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자의 경우 수요량이 28% 증가해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가분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실제 2010년 11월과 12월 이통 3사를 통해 판매된 피처폰 단말기를 대상으로 같은 분석을 했을 경우에도 유사한 수준으로 개별 소비자당 5만9000원, 전체 1조3000억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이처럼 통신비 인하를 막는 주범으로 지목된 제조업계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반론이다. 한 제조업체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오픈 마켓이 아니기 때문에 2만개가 넘는 소매상이 개통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구조”라며 “이 구조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제조사 단말기 장려금을 폐지할 경우, 이들 중 대다수가 폐업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구매 수요자인 고객의 불편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장려금 폐지에 앞서 이통사가 주도하는 유통 구조부터 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경재 의원이 앞서 지적한 해외 단말 출고가와 비교에 대해서도 “통신요금이란 단말 요금과 통신비를 합쳐 고객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인데, 일시불로 단말기를 구매해 요금에는 구매가가 반영되지 않는 해외와 직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하며 “정식으로 입장 표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임원은 “사실상 유통망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가입자를 늘리려는 이통사들의 경쟁 때문”이라며 “통신비 인하는 제조사 장려금이 아니라 독과점 형태의 이통 시장에서 경쟁을 유도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피처폰에 보조금이 많이 투입될 수 없는 상황에서 피처폰 보조금을 대상으로만 한 분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표> 제조사 단말기 장려금 폐지 후 소비자 후생 증가 추정
자료:시장경제연구원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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