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름이나 명분과는 다른 특질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
거룩한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을 반어적으로 풍자하거나, 현상의 표면에 감춰진 이면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에 쓰인다. 정식 명칭을 쓰고, 바로 이어 괄호 안에 ‘~라 쓰고, ~라 읽는다’라는 식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국회의원(이라 쓰고, 세금 도둑이라 읽는다), 애플 디자인 특허 소송(이라 쓰고, 삼성 견제하기라고 읽는다), 스마트폰(이라 쓰고, 카카오톡 단말기라 읽는다)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강호동이 1박2일에 출연해 “실패라 쓰고 경험이라 읽는다”고 말하자 이승기가 “잘못 읽으셨습니다”라고 받아친 일도 유명하다.
현상과 이면, 명분과 실제, 단어와 행간 사이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드러내 자신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유머러스하게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과거 언론 통제 시절에는 기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행간에 숨겨놓고, 독자는 행간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모든 것을 말하고 모든 것을 까발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 ‘제발 나의 행간을 읽어 줘’라는 간절한 바람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본래 이 표현은 음독과 훈독을 병행하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일본어는 한자어를 뜻을 따라 일본식으로 읽기도 하고, 한자 본래 음에 맞추어 읽기도 한다.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나 고어는 어떻게 읽을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자어 옆에 작은 글씨로 실제 발음을 표기(후리가나)하는 것도 일상적이다. 따라서 일본어에선 ‘~라고 쓰고 ~라고 읽는’ 상황이 종종 있다. 일본어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 표현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일본어 특유의 맥락이 빠지고 겉과 속이 다른 현실을 풍자하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 생활 속 한마디
A: 지난 22일 창간 29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정론지 이름은 무엇일까요?
B: 전자신문(이라고 쓰고, 세계 최고 IT 권위지라고 읽는다)입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