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보다 조금 더 많이 팔립니다. 아이폰을 사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하이화전자상가 1층 휴대폰 매장. 판매 직원은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을 묻자 ‘갤럭시 미니’와 ‘갤럭시 에이스’를 꺼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이들 제품이 디자인과 성능이 좋은데다 가격도 적합해 젊은이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갤럭시 미니와 갤럭시 에이스는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중국 휴대폰 매장에서는 미니가 2000위안(37만2000원), 에이스가 1589위안(29만5000원)에 팔린다. 중국은 통신사에서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이 전혀 없어 초기 휴대폰 구매비용이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다. 중국 직장인 대졸 초임이 3000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월급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들 중저가 스마트폰은 프리미엄폰보다 저렴해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갤럭시S2(4999위안), 아이폰4(4200위안) 등 프리미엄폰은 한국돈으로 78만~92만원에 달한다. 직장인 한달치 월급을 훌쩍 넘는 규모다. ‘아이폰’을 꺼내 걸려온 전화를 받던 매장 종업원은 “가격이 비싸도 젊은이들은 아이폰이나 갤럭시S를 사는 것이 꿈”이라며 “요즘은 일반 피처폰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더 잘 팔린다”고 소개했다.
하이화전자상가 2층에 자리잡은 LG전자 휴대폰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진열대 전면에 플래그십 모델인 ‘옵티머스3D’가 배치됐지만 가격은 무려 5000위안(93만원)이었다. 여자 판매원은 “옵티머스네트(2950위안)가 더 저렴해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도 스마트기기 열풍이 한창이다. 전자상가가 즐비한 중관춘에는 과거 PC매장이 하나 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매장으로 바뀌는 추세다. 하이화전자상가는 2층 전체가 모바일기기 매장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애플 매장이 가장 큰 규모로 자리 잡은 가운데 쿨패드·아이고·한본 등 중국 토종 브랜드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매출 기준으로 노키아가 27% 안팎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24%, 애플은 19%가량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렸다. 하반기부터는 삼성과 애플 양강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양강 대결에서는 삼성이 판매량에서 조금 앞선다. 하지만 루머로 떠도는 중저가 아이폰이 중국에 상륙하면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
조선족 출신 관광가이드 지석철씨는 “베이징에 자리잡은 애플스토어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며 “그동안 너무 비싸 아이폰을 사지 못한 젊은이들이 좀 더 저렴한 아이폰이 나오면 이를 사려고 기를 쓸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1 맥월드 행사장에서 만난 스마트폰 주변기기업체 IK멀티미디어의 시온 타무라 마케팅 이사는 “삼성전자는 이미 미니·에이스 등 여러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점유율을 올려놓은 상태”라며 “애플이 저가 아이폰으로 중국시장을 파고들면 삼성은 별도 수성 전략이 필요하고 특별한 대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