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학 운영의 틀을 바꿔보자

  [월요논단] 대학 운영의 틀을 바꿔보자

 1950·60년대 우리는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다. 산업화 이전이라 대부분의 국민이 1차 산업 가운데 농업에 종사했고, 자식 대학 공부를 위해 애지중지하는 소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고교졸업생의 5% 안팎만이 대학졸업장을 받던 그 시절에 학사학위는 사회적 성공을 위한 중요한 인증서 역할을 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고교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졸업 후 적지 않은 사람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가족에게 큰 짐이 된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도 채용하기 힘든 형편이다. 대학까지 나온 젊은 실업자들은 중소기업 입사 면접 자체를 꺼린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대학졸업장이 국내외 취업시장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도록 대학교육과정을 과감히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산업체에 이관해 전문분야에 특성화된 교육기관으로 육성해보자. 대부분 종합대학을 지향하다 보니 재정이 뒷받침되는 소수 대학을 제외하고 학사과정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중공업 특화대학을 남부지방의 산업체들이 맡고, 전기전자 특화대학을 중부지역 산업체가 맡는 식이다. 강원도 대학 중 금융서비스 특화대학을 만들어 은행이 맡고, 호남이나 영남지역 대학을 산업체가 이관받아 농업-식료품 관련 특화대학으로 육성하면 어떨까. 교육기관에 대한 각종 행정규제를 과감히 바꾸어야 산업체가 대학을 인수할 수 있다.

 학사과정 편성과 평가 자율권을 대학에 주자. 우리 대학 교육과정은 20세기 초반부터 전 산업분야를 선도해 온 미국의 교육체계를 따른다. 미국 대학 교육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 사회, 경제환경에 맞추어 틀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교양필수 과목 수를 대폭 줄이거나, 교양·전공과목 내용, 분야, 교수방법 등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대학에 완전한 자율권을 주자. 전공과목 이수도 꼭 교내에서 할 것이 아니다. 산업현장에서 일정기간 동안 일하고, 일정수준의 업무능력에 도달하면 학점을 줄 수 있도록 하자. 인턴사원 형태의 근무기간 동안 일정 수준의 평점을 얻으면 과목이수를 인정하도록 해보자.

 국가자격시험을 더욱 세분화하고, 그 준비과정을 학사과정에 편성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대학과정을 마친 인력에 대한 교육 수준을 학교 이름이나 평점으로 판단하기에는 미진한 점이 많다. 자격시험과정 수립과 평가에 산업체가 적극 참여한다면 교육수요자인 산업체와 공급자인 대학교육의 괴리현상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설계를 위해 뽑아야 할 대졸 신입 엔지니어는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를 통틀어 한 해 수백 명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생산하고 고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채용할 수 있는 신입 엔지니어와 테크니션은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에 이를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설계된 대학교육의 틀은 설계 엔지니어 양성에 중심이 맞춰져 사회적 수요와 공급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졸업자를 취업시켜 놓고 회사에서 따로 상당기간 가르쳐야 하는데 사회 어디에서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다. 회사 내에 별도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산업체도 많다.

 산업체에 대학 운영권을 주고, 산업체가 운영하는 대학의 학사과정 편성 및 평가에 정부관여를 최소화하고, 정부는 오히려 국가자격시험을 세분화하고 그 내용을 산업현실에 맞게 고치는 데 힘을 쓴다면 우리 젊은이들의 얼굴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국내외에서 한국 젊은이들을 뽑아가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할 터이니.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 bslee@dong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