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패널(TSP)의 핵심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니토덴코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커버유리·ITO글라스·터치칩 등 TSP용 주요 소재들이 국산화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TSP 시장의 메이저리그인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시장에서 니토덴코 ITO 필름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TSP 업체들이 ITO 필름을 국산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LG 등 대기업에 납품되는 물량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 및 품질 면에서 니토덴코 ITO 필름의 경쟁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니토덴코 ITO 필름 경쟁력의 핵심은 ITO 코팅에 사용되는 원판 필름인 PET에서 시작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TO 필름 국산화에 뛰어든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초기에 코팅 공정에 주력했다. PET 위에 균일하게 ITO를 코팅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개발이 진행될수록 니토덴코 필름의 경쟁력은 PET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ITO 코팅을 위해 PET는 고온에 노출되는데, 이 때 팽창 및 수축이 반복되면서 물성이 변하게 된다. 니토덴코는 굉장히 얇은 PET 두 장을 특수 접착제로 붙여 팽창 및 수축에 강한 PET를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오직 니토덴코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소재 업체 관계자는 “니토덴코가 PET만 따로 판매하지 않는 이상 동등한 품질의 ITO 필름을 생산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PET 물성에 대해 그 만큼 무지했던 셈”이라고 토로했다.
저저항 구현에서도 니토덴코의 기술력은 두드러진다. ITO 필름의 면저항이 낮을수록 TSP는 고감도를 구현할 수 있고, 대면적 제품을 만드는 데도 유리하다.
초기 니토덴코가 판매한 ITO 필름은 면저항이 250Ω 수준이었다. 일부 국내 업체들이 ITO필름을 국산화하자 니토덴코는 곧바로 150Ω의 저저항 ITO 필름을 출시했다. 스마트패드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던 국내 업체들은 두 눈 뜨고 시장을 니토덴코에 뺏길 수밖에 없었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탭 시리즈에 사용되는 TSP는 150Ω ITO 필름이 사용되고 있다.
터치 업체 한 사장은 “니토덴코는 저저항 ITO 필름을 미리 개발해놓고 후발업체들이 따라오면 고품질의 제품을 출시해 다시 격차를 벌이곤 한다”면서 “ITO필름 국산화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