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제주 월령에 신재생에너지 시범 단지를 조성, 풍력발전기 100㎾ 1기와 30㎾ 2기를 설치하며 풍력발전사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1단계 사업기간 중 한국과학기술원은 20㎾ 소형 풍력발전기를 개발했고 1996년까지 진행된 2단계 사업기간에는 300㎾ 중형급 수직축 풍력발전기가 개발됐다.
이후 정부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던 풍력산업분야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풍력발전기 개발 사업은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와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정부의 풍력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최근 풍력발전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인 7㎿급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STX 또한 2015년까지 기어리스 타입의 7㎿급 해상용 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7㎿급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며 현대중공업은 내년중순까지 5.5㎿급 시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두산중공업은 3㎿급 제품을 개발해 최근 국제인증을 받았고 효성은 2013년 초 5㎿급 풍력발전시스템 시제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숙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형 베어링 등 주요 부품의 국산화가 아직 요원한 상황이고 현재 추진 중인 대형 풍력발전기에 대한 인증 획득에도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44GW를 기록했다. 미국(40GW)과 독일(27GW)이 그 뒤를 이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8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인도·일본·대만에 이어 5위 수준이다.
국내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올해 7월 기준 380㎿로 세계 설비용량의 약 0.2%에 불과하다. 특히 후발주자격인 국내 기업들의 제품은 아직까지 국내 풍력발전 시장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설치된 풍력발전기 90% 이상이 해외 기업 제품이다.
베스타스는 지난 1998년 제주풍력발전 9.8㎿, 지난 2006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98㎿짜리 강원풍력발전단지를 성공리에 건설하는 등 10개의 풍력프로젝트를 추진해 총 280㎿ 규모의 풍력전기를 공급했다.
국내 풍력산업 육성의 관건은 국내 기업의 트랙레코드(실적)확보를 위한 내수 시장 형성 여부다. 풍력발전기 개발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타워·블레이드(날개)·터빈과 더불어 베어링·기어박스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도 내수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와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풍력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나섰다. 정부는 특히 제약이 많이 따르는 육지를 벗어나 바다위에서 풍력산업의 미래를 키워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서남해에 2.5G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이미 발표했다.
민관합동으로 2030년까지 23GW의 설치용량과 50TWh의 발전량을 달성, 전력 수요의 10%를 해상풍력에서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RPS에 따른 풍력 시장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한국남동발전이 두산중공업·포스코ICT와 손잡고 제주 행원에 60㎿급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처럼 RPS 대응을 위해 발전사들이 본격적으로 풍력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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