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특집]시스템업체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핀란드 피니시 파워와 총 16㎿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시 레토 핀란드 피니시 파워 회장과 김권태 현대중공업 부사장(오른쪽)이 계약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핀란드 피니시 파워와 총 16㎿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시 레토 핀란드 피니시 파워 회장과 김권태 현대중공업 부사장(오른쪽)이 계약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풍력발전시스템 산업의 ‘전환점’이 된 시기다. 기대만큼 빠른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국내외 수주와 프로젝트 진출이 늘어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정부의 서해 2.5GW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업체들은 3㎿~7㎿급 대용량 풍력발전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업체와의 동반성장을 통한 국산화 달성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곳곳에서 실적=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국내 기업 최초로 풍력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핀란드 전력업체 피니시 파워와 16㎿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와 함께 내년 핀란드 남동부 하미나에 준공 예정인 풍력발전단지에 2㎿급 제품 8기를 공급하게 됐다.

 다음 달이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건설 중인 연산 600㎿급 풍력공장이 준공돼 전라북도 군산 공장(연산 600㎿)을 포함해 총 1.2GW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중국에서 2㎿급 제품을, 국내에서 1.65㎿·2㎿·2.5㎿ 등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생산해 국내외에 보다 활발히 제품을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자회사 드윈드를 통해 캐나다 풍력연구기관 웨이컨으로부터 풍력발전기 55기를 1억3000만달러에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최근 캐나다 풍력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북미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곳에서는 연간 최대 200여기의 풍력발전기용 블레이드(날개)와 250여기의 타워(몸체)를 생산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삼성중공업·유니슨과 함께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이 곳에는 총 9대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됐으며, 1만2000가구에 친환경 전기를 공급해 연간 3000톤의 온실가스 절감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남동발전·포스코ICT와 협력해 2014년 제주 행원 앞바다에 60㎿급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스페인 풍력업체 인발과 85㎿급 폴란드 풍력발전단지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며, 유니슨은 일본 도시바와 협력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진산업도 총 14기의 국내 설치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용량 제품 개발…부품 국산화 시급=정부가 2019년까지 서해에 2.5GW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시스템 업체들은 대용량 제품 개발을 본격화 하고 있다. 국내 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삼성중공업은 세계적으로도 최고 용량인 7㎿급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상용 7㎿급 제품과 육상용 3㎿급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3년이면 두 모델의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STX은 2015년까지 기어리스(증속기가 없는) 타입의 7㎿급 해상용 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도 7㎿급 제품을 개발 중이며, 현대중공업은 내년 중순께 5.5㎿급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3㎿급 제품을 개발해 최근 국제인증 획득까지 완료했으며, 효성은 2013년 초 5㎿급 풍력발전시스템 시제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니슨 역시 2014년이면 5㎿급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진정한 국산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의 경쟁력 제고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대용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인 부품업체들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은 대형 풍력발전기용 메인베어링·블레이드 등의 제작이 어려우며, 기술이 뒷받침 되더라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함부로 설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부품업체 경쟁력을 높여야 국산화 달성은 물론 국내 풍력업계 경쟁력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독일 니더작센 주 쿡스하펜지역에 설치된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드윈드의 2㎿급 풍력발전기 `D 8.2` 위에서 현지 기술자가 점검을 하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 주 쿡스하펜지역에 설치된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드윈드의 2㎿급 풍력발전기 `D 8.2` 위에서 현지 기술자가 점검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 조선소에 설치해 가동중인 1.65㎿급 풍력발전기.
현대중공업이 울산 조선소에 설치해 가동중인 1.65㎿급 풍력발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