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6일 장중 3% 넘게 빠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결과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IMF 187개 회원국은 세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하지 않았다.
또 이번 주 독일 의회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를 승인하는 표결이 예정돼 있어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다시 한번 분수령을 맞은 것도 주가지수 급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1,600~1,650선을 코스피 저점으로 보고 있지만, 변수가 많고 시장의 변동성이 커 예측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IMF 연차총회 구체적 방안 없어
IMF 187개 회원국은 지난 24일 워싱턴 D.C.에서 연차총회 폐막 후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 전 세계 경제가 직면한 여러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단호한 행동에 함께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성명에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이 명시되진 않았다.
IMF의 공동성명은 최근의 경기상황을 진단하는 선언적 의미에 그쳐 지난주 100포인트 넘게 추락하며 조성된 국내 증시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당장 눈에 잡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이런 안개장 속에서 외국인은 매도세를 이어갔고 개인 투자자들은 리먼 사태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팔자`로 돌아섰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바이오주 등 테마주들에 대한 불안심리가 표출돼 장중에 8%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연구원은 "IMF 연차총회에서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할 구체적 금액 확충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여부가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관망세도 있다. 이번 주 핀란드(28일), 독일(29일) 의회를 시작으로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2차 지원을 위한 EFSF 확대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을 벌인다.
각국이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중이어서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FSF 증액과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각국이 공조 체제를 강화해 지금의 문제는 해결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은 안정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 저지선 1,600선…"예측 의미 없다"
증권 전문가들은 코스피 저점을 1,600선까지로 봤지만, 예측이 큰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시장 상황이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단기 전망이 어렵고 각종 변수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세계 증시는 언제든지 기존에 예측한 저점을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
현재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기준으로 할 때 지지선은 1,650이지만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가격을 불문하고 자산을 파니까 그 이하로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리먼 사태 때는 PBR 0.8배까지 내려갔는데 그런 상황을 적용하면 코스피 1,300까지 떨어지게 된다"며 "그때보다는 부실 규모가 작으니 아직 그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부도가 터지면 유럽계 자금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금을 급히 회수할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지지대로 여겨지는 저점의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도 "공식적으로는 코스피 1,600을 저지선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투자자에게 주는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의 추세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지금 시장에는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며 "은행이 무너지면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등의 결단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계획조차 없으며 다들 힘든 상황에서 금융가를 도와주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