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 책임지고 떠나는 최중경 장관

사의를 표명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첫걸음 부품 소재 사업 발대식`에서 입술을 굳게 다문채 홍보영상을 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의를 표명한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첫걸음 부품 소재 사업 발대식`에서 입술을 굳게 다문채 홍보영상을 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9·15 순환단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떠나기로 했다. 지난 1월 27일 지경부 장관에 취임한 만 8개월, 순환단전 사태 이후 12일 만이다.

 최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거취 문제와 관련,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어 정전 사태 ‘선수습 후사퇴’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최중경 장관은 오전 8시에 열린 국무회의를 마친 직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에너지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사표를 내겠다.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책임은 아니지만 국무위원으로 책임지게 돼 안타깝다. 지경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한시도 비워서는 안 될 자리인 만큼 후임 장관 선임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말했다.

 박청원 지경부 대변인은 이날 사직서를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당장 수리하지 않을 전망이다. 제18대 국회 국정감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다 장관 후속 인선 작업을 펴기 위한 청와대 내부조율 시간도 필요해서다.

 ◇왜 최 장관이 책임지나=최 장관의 퇴진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총선, 대선 등을 앞둔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한다는 것은 선 굵은 최 장관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다. 최 장관은 26일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경찰청, 전력거래소, 한전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점검반이 ‘정전사태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 사퇴라는 카드를 꺼냈다. ‘선수습 후퇴진’이라는 모양이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최 장관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적지 않다. 최 장관은 전력거래소가 예비전력량 허위보고로 정전사태 대응에 혼선을 가져왔고 지난 15일 세 시간만 일찍 보고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장관이 현안 문제에 책임지고 물러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03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손실에 대해 책임지고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옮겼다. 이후 2008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복귀했지만 고환율 정책 논란 탓에 4개월 만에 하차하고 필리핀 대사로 떠났다.

 ◇재임 중 한 일은=최 장관은 장관 취임 후 에너지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급 자리인 에너지자원실을 지난 4월 신설해 취임 기간 동안 아프리카 등을 돌아다니면서 해외 자원 개발에 공을 기울였다.

 그는 동반성장 문화 조성에도 일조했다.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임원은 물러나야 한다’는 식으로 대기업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그였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 장관은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위한 다양한 수출 지원책을 내놓았다. 부품소재 산업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인력 양성을 위해 선취업 후진학 개념이 녹아든 QWL 사업을 출범시켰다. SW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경부 내 IT 지원협력실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최 장관은 리더십이 있고 산업 마인드도 훌륭했다. 그러면서 후배 관료들을 늘 감싸주려고 했다”며 “정전사태 책임도 본인이 끌어안고 가게 돼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후임 지경부 장관으로는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 조환익 전 코트라 사장과 함께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 출신인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미나기자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