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스마트 금융 시대가 열리면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2000만대 이상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모바일 금융거래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거부할 수 없는 시장 트렌드다. 스마트폰으로 과연 누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미래 금융업계 판도를 바꾼다.
우리는 어떤 기업이 특출하게 성공을 거두면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스마트 금융시장에는 아직 강자(强者)가 없다. 스스로 성공했다고 자부할 만한 서비스 사례 역시 드물다. 그래서 다른 기업이 일궈낸 성공 사례와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벤치마킹이 어렵다. 그나마 현재까지 발표된 유일한 객관적인 잣대가 전자신문과 숙명여대가 공동 개발한 금융 스마트앱평가지수(KSAAI, Korea Smart App Assessment Index)다.
최근 KSAAI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10여개 금융회사를 본지 기자들이 직접 방문했다. 스마트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는 묘책을 캐기 위해서다. 모바일 태스크포스(TF) 팀원들을 만나 어떻게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했는지 꼼꼼하게 물어봤다. 미래 스마트금융 시대에 무엇을 준비하는지도 체크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유저인터페이스’와 같은 식상한 요소가 아니라, 그들만의 현장 노하우를 분석했다.
스마트금융 시대를 한 발 앞서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조직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첫 번째 공통 요소다. 모바일 TF가 근무하는 공간은 여느 은행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은행원의 상징처럼 여기는 근무복도 입지 않는다. 자유로운 복장과 활발한 움직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흔히 회의 때면 마주하는 침묵도 이들에겐 남의 이야기다.
‘스마트폰은 장난감이다’ ‘고정관념을 버리자’ 등의 이야기가 회의 때마다 따라 다닌다. 자유로움과 적극적인 아이디어 반영이 TF가 지향하는 기본 원칙이다. 부하직원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밝히는 모습은 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무기다. 그래서 철없는 생각을 지닌 신입사원이 내는 의견을 가장 중시한다. 팀장은 구성원이 낸 아이디어가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버려지지 않도록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낸다. 소통의 장(場)을 만들어 지식과 정보가 계속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딱 반걸음 앞서야 합니다. 두 걸음 먼저 가면 고객이 따라오기 어려우니까요.”
너무 오버(?)하지 않고, 고객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또 다른 공통 요소다. 거리 곳곳에 무선인터넷이 깔리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단말기가 속속 등장하는 요즘. ‘최신’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호했다. ‘가장 최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슬로건보다 ‘고객의 마음을 가장 잘 안다’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자 차별 요소다.
스마트시대에도 분명 왕도(王道)는 있다. 미래 시장은 ‘안정과 균형’보다 ‘혼돈과 불균형’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해진 목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스마트시대를 준비하기 어렵다. 새로움을 향한 시도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의미다. 혼돈의 시대에 스스로 개척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미래를 여는 실마리다. 그 길이 왕도이고, 그 끝에 왕좌(王座)가 있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