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녹색특허, 기후재앙을 희망으로

[ET단상]녹색특허, 기후재앙을 희망으로

 김영민 특허청 차장 kym0726@kipo.go.kr

 

 남태평양의 자그마한 섬나라 투발루. 푸른 바다 위에 작은 산호초 섬들이 길쭉하게 이어져 있는 아름다운 나라 투발루가 사라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앞으로 50년 이내에 투발루의 모든 국토가 바다에 잠길 것이라고 예측한다. 1만여명의 투발루 국민들은 인류 최초의 ‘기후 난민’이 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1월의 폭설, 4월의 한파, 9월의 폭우에 이어 올해 7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세계 최초 기상관측 장비인 측우기의 227년간의 분석을 보면, 기록적인 폭우의 주기는 짧아지고 양은 크게 늘고 있다.

 2007년 IPCC(유엔기후변화 정부간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과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2100년 세계 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까지 상승한다. 화석연료 대량 소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북극의 빙하는 완전히 사라지고 집중호우·태풍·폭염 등으로 인한 재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녹색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는 녹색혁명을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은 ‘제4의 물결’이라고 한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녹색혁명을 통한 녹색성장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인식하고 에너지 혁신기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 역시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포하고 27대 중점 녹색기술 선정, 녹색성장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색성장이란 환경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제성장의 추구를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열쇠가 바로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녹색기술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무한경쟁 시대가 다가왔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녹색기술을 개발하는 국가가 다음 세대의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의 녹색기술이 그린오션이라 불리는 세계 녹색시장을 선점하고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서는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과 빠르게 연계돼야 한다. 녹색기술이 지재권과 연계되면 녹색기술의 보호와 활용에서 재투자, 새로운 녹색기술 창출로 이어지는 이른바 녹색기술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

 특허청은 녹색기술에 대해서 1개월 이내에 특허심사를 하는 `녹색기술 초고속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심사가 18개월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심사 대상 기술은 원칙적으로 심사관이 접수 순서대로 처리하지만, 우수 녹색기술은 우선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마치 하이패스 부착 차량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제도를 시행 후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관한 녹색기술은 신청 후 11일만에 특허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녹색기술 심사가 빨리 이루어지면 특허를 취득한 녹색기술은 조기 사업화가 가능하다. 또한 녹색기술이 조기에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시킨다. 이와 같은 조기 사업화와 기술개발 촉진을 통해 우리 기업은 세계 녹색시장을 선도할 수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1442년(세종 24년)에 우리 선조는 강우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측우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해 홍수와 가뭄을 대비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발명된 측우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기후재앙을 창의적인 발명으로 풀어가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발명 DNA’가 초고속심사를 통해서 녹색특허로 빠르게 이어진다면 투발루의 기후난민, 얼음을 잃어버린 북극곰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머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