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LG, 유럽 소비자 지갑 닫히나 `촉각`

 유럽 경제위기 소식이 연일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사 모두 유럽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 20% 이상이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는 지난주 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내린데 이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내몰린 그리스의 구제자금 지원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등 유럽 경제위기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자 시장 변화를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양사 모두 글로벌 경제 상황을 전담부서에서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관심은 유로존의 악화된 경기지표가 실물 경기로 이어지는지에 쏠려 있다. 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지표가 좋지 않지만 실제 개개인의 소비패턴 변화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잇단 유럽발 경제위기 소식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사업 부문별 목표 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TV·가전·스마트폰 등에 걸쳐 프리미엄 제품군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S·갤럭시탭 등 전략 모델이 강세였고 LED TV 비중이 지난해 3분기 27%에서 4분기 33%로 급상승하는 등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3DTV와 스마트TV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럽시장 매출 240억달러를 목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목표치는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면서 “현재 목표치 조정 여부를 밝힐 수는 없지만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 시 현재 유럽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정한 23조원 설비투자 계획을 변동없이 유지하고 있다. 경기 악화가 실물 경기로 아직 전이되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유럽 경기 악화가 전자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사업 본부별로 3~4개월 이후의 매출 목표 변화 계획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유럽·CIS 지역에서 평판TV 출하량 비중은 41%, 핸드세트 매출 비중 20%, 가전 매출 비중 18% 가량이다.

 LG전자는 경기 악화에 따른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가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리변동에 따른 채권, 환율 등 금융비용을 관리해 대외 환경변화에 따른 영향을 줄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목표한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액 4조8000억원은 예정대로 집행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려울수록 이후를 대비해야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올해 투자 집행계획은 변동 없이 진행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제 위기와 미국 시장 침체로 인해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대부분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하향 폭이 적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전자 기업들은 이미 신흥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다”면서 “유럽과 미국 시장 악화로 신흥국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투자와 사업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