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적이나 이득을 위해 자신의 신분이나 처지를 감추고 다른 종류의 사람인 척 행세하는 것.
본래 코스프레는 동호인들이 영화나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옷과 외양을 꾸미고 함께 모이는 ‘코스튬 플레이(costum play)’의 일본식 조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코스프레의 의미에서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 행세를 한다는 비유적 의미가 가지를 치고 나왔다.
오덕후 혹은 특정 연예인의 팬이면서 그렇지 않은 일반인처럼 행세하는 것을 ‘일반인 코스프레’라 한다. 줄여서 ‘일코’라고도 한다.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일반적인 40대 남성이 소녀시대나 카라 팬클럽의 열성 회원이거나, 보통의 20대 후반 여성이 일본 특촬 애니메이션 마니아임을 주위에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팬심을 감추고 그런 분야엔 관심 없는 척 일코를 하기도 한다. 주변 시선이 따갑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식 후 노래방에서 자신도 모르게 화면을 안 보고도 소녀시대 노래를 랩까지 다 따라 부르거나 깜짝 놀랄 만큼 똑같이 안무를 맞춰 결국 정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일코를 하던 사람끼리 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면 더 반갑게 마련이다.
일코는 독특한 취향에 대한 관용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을 많은 오덕후들이 일코의 가면 뒤에서 힘겨워 하고 있다. 일반인 코스프레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결국 취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일코 해제’라고 한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서민 코스프레’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점퍼를 걸치고 시장통을 다니고, 어려웠던 과거를 얘기하지만 선거 후엔 곧바로 목이 뻣뻣한 권력자 모드로 돌아가곤 한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실장님이 며칠 열심히 일하시더니 또 연애 사업에만 신경 쓰시네요.
B: 회장님 손자가 월급쟁이 코스프레 하신 건데, 이제 재미 없어지셨나 봐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