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코리아, SW특허 외통수에 걸렸다

협상력 강화 등 특허 리스크 회피전략 시급

 한국 휴대폰 산업이 소프트웨어(SW) 특허 외통수에 걸렸다. SW 특허가 취약한 우리 기업이 스마트폰을 팔면 팔수록 특허료 외화 유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호황을 누리던 스마트폰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삼성전자가 지난 28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 들어간 SW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하면서 ‘SW 특허 리스크’가 본격화됐다. 똑같은 OS를 사용 중인 LG전자와 팬택도 거액의 특허료를 무는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은 하드웨어·통신 특허는 많아도 SW 특허는 거의 없어 글로벌 SW기업이 소송을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삼성전자가 MS와 체결한 특허 라이선스는 안드로이드에 사용된 이메일 전송기술과 관련한 원천특허다. ‘갤럭시S’로 대변되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패드 ‘갤럭시탭’까지 해당된다. 스마트폰에 이어 삼성의 스마트패드 사업이 이륙하면 특허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이 합의한 특허료는 모바일기기 한 대를 팔 때마다 5달러 이하의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HTC도 이미 대당 5달러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비슷하거나 이보다 좀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가 6000만대에 달해 많게는 3000억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조성은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MS와 삼성전자의 특허 라이선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포괄해 예상외로 낮은 로열티를 지급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MS와 특허협상 타결을 계기로 향후 잠재해 있던 신기술 업체들의 특허소송이 잇따라 매년 특허 로열티 비중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MS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라클은 안드로이드가 자신들의 자바 기술특허를 도용했다며 구글과 거액의 로열티 소송을 벌이고 있다. 구글이 이 소송에서 패하면 특허료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오라클은 현재 MS보다 3~4배 많은 특허료를 요구 중이다. 삼성전자가 한 해 1조원가량을 스마트폰 SW 특허료로 지급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한 해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규모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변리사는 “애플 등 제조사와 특허전쟁은 HW·통신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로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지만 글로벌 SW기업과는 맞바꿀 기술이 거의 없다”며 “장기적으로 회피 기술을 개발하거나 핵심 SW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당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협상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퀄컴에 CDMA 원천 SW 기술에 대당 5% 이하의 특허료를 지급하고 있다. 어도비 등 주요 SW업체에도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40~50건의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향후 특허소송 비용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보다 협상력이 떨어지는 LG전자·팬택은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오해석 청와대 IT특별보좌관은 이와 관련, “SW 특허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에서 SW 교육을 제대로 하고 기업의 특허와 관련한 재교육의 중요성을 주지시켜야 한다”며 “우리나라 SW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특허, 교육, 인수합병(M&A) 세 가지 방향성에 맞춰 보다 장기적으로 민관이 함께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