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 지원한 나노 R&D 사업 헛발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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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야심차게 국가 연구개발(R&D)사업으로 추진해온 ‘나노융합 2020’ 사업이 용두사미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내년 사업 예산이 당초 예상 규모의 10분의 1도 안 되는 6.3%인 4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2조원 넘게 투자해 거둔 기초·원천 R&D 성과물이 산업계에 이전되지 못한 상황에서 상용화·실용화 단계에서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화 초입 단계부터 빛을 잃게 된 것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 내년 ‘나노융합 2020 사업’ 예산은 지경부 25억원, 교과부 17억원 등 총 42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한국과학기술평가원관리원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내년 670억원 등 9년간 513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나노융합 2020 사업 목표는 교과부가 지난 10년간 지원해온 기초·원천 R&D 성과물을 지경부가 2012~2020년 생산현장에서 상용화, 기존 제품·공정 한계를 극복해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학계는 ‘나노융합 2020 사업’ 자체를 진행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과부 주도로 나노종합팹 등 인프라 구축과 나노기초기술 개발에 지난 10년간 투자한 R&D 성과물이 산업계에 신속히 이전되지 않은 탓에 그간 정부 R&D 지원이 물거품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일본·EU 등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쟁력 학보를 위해 투자 방향을 나노기술 산업화 지원에 잇따라 전환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예산은 제조 전반에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돌파구로 나노기술을 지목하고 지난해 16억달러, 올해 18억달러 예산을 투자하는 등 나노기술 상용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최영진 지경부 나노기반 PD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나노 기술 경쟁력은 세계 4위에 올라섰다”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나노산업 전문 업체를 육성하고 신수요 창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태양전지, 초경량·고강도 신소재 등 분야에서 나노 기술 산업화 경쟁이 뜨겁지만 이를 산업화한 글로벌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나노융합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국가 경쟁력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8월 말로 늦어지면서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화됐다”며 “이 정도 수준이면 정부의 나노 분야 투자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보경 기자

 

 

 

 

 

 <세계 각국의 나노 기술 투자 현황>

  자료:나노기술종합계획(2009년). 재산정 / 통계청(2009년). 국제통계 e북

  (http://kosis.kr/ebook) / CIA Factbook

 환율 기준:1달러=1,200원 / 1유로=1700원 / 100엔=1,300원

 

문보경 기자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