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곧 강남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명함 주소만으로도 손해를 보는데 어쩔 수 없죠. 임차료가 비싼 강남으로 이사 가면 비용 부담이 커지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편견이 참 무서운 거 같아요. 다들 강남에 있는 회사가 실력 있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저 혼자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의 사업아이템과 발전가능성을 말하던 청년창업자는 사무실 얘기가 나오자 의외에 말을 쏟아냈다. 조금 전까지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던 패기 넘치는 청년이 이 사람이 맞나 의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세상의 높은 벽과 마주한 청년창업자의 얼굴엔 자신감 대신 어느새 무기력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의 편견에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이미 절감해 버린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강북에 사무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 잡았던 계약 건을 수차례 날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계약 건은 강남에 자리한 다른 기업에 넘어갔다. 기술력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차이는 행정구역상의 구분뿐이었다.
얘기를 듣다보니 앞서 만났던 또 다른 청년창업자가 오버랩됐다.
“행여 신생기업,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대학생 창업자란 말은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상대가 그런 내용을 보면 나왔던 계약 얘기가 없어져버리거든요.”
연매출 100억원. 성공한 청년창업자였지만 그도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창업 전성시대다.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고 대중의 관심도 높다. 창업 여건은 어느 때보다 좋다. 하지만 많은 청년창업자들은 무수한 편견에 휘둘리고 있다. 창업 성공 여부가 실력이 아닌 다른 불합리한 것들에서 판가름나고 있다. 이래서는 바람직한 창업 문화가 정착할 수 없다.
편견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이다. 스타트업, 대학생, 창업보육센터라는 낙수가 쉼 없이 편견이란 바위를 두드려야 한다. 하나, 둘 스타트업 성공스토리가 쌓이고 또 전파돼야 한다. 그 긴 시간을 청년창업자와 정부, 언론이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많은 청년창업자들이 지금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