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봉 위즈네트 사장 yblee@wiznet.co.kr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픈 하드웨어 서밋(Open Hardware Summit)’에 스폰서로 참가한 길에 뉴욕 퀸스 사이언스 홀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 들렀다. 메이커 페어는 DIY(Do It Yourself)를 위한 체험장이자, UCA(User Created Application) 프로슈머들이 개발한 프로토타입 제품의 벼룩시장이다. 미국 최대 전자부품 온라인 매장인 디지키와 오프라인 매장인 라디오색이 나란히 스폰서를 섰다.
체험 부스마다 가득 메운 어린아이들이 로봇을 마치 레고블록처럼 조립하고 있었다. 전시되고 있는 센서, 로봇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오픈하드웨어 서밋을 주도한 아두이노(Arduino)를 비롯한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된 것들이다. 열 두 살 어린이가 모형 집에 직접 아두이노 보드를 활용해 구현한 홈 오토메이션을 시현했다. 아두이노 플랫폼이 채택한 MCU벤더인 아트멜은 최대 규모의 아두이노 파빌리온을 꾸며주고 한 쪽에 이름을 슬쩍 걸치고 느긋하게 비켜 서 있다.
아두이노의 빠른 확산을 이끌고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풀뿌리 커뮤니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열린 협업을 통해 위키적으로 생태계가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칩(Microchip),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시장지배적 MCU 벤더들마저 서둘러 자기 MCU 기반의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을 만들고도 아두이노와의 호환(Compatible with Arduino)을 앞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의 인프라가 풀뿌리 커뮤니티고 이들이 만드는 개방과 협업의 생태계 때문이다.
이제 IT산업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인터넷 주체가 사람에서 사물로 확장되어 감에 따라 인터넷 오브 싱스(Internet of Things) 시대를 맞고 있다. HW와 SW의 융합을 넘어 네트워크(.NET) 서비스와의 트라이버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애플과 구글의 성공법이다. 이제 인터넷 기반 컴퓨팅이라 불리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글로벌 IT산업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사업자가 지구촌 단말기를 통제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 소스 플랫폼인 닷넷 개짓티어(.NET Gadgeteer)를 들고 메이커 페어 한 쪽에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인터넷은 그 자체로 완전한 오픈 소스 플랫폼이다. 인터넷 오브 싱스 시대의 단말기를 위한 MCU 기반의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은 인터넷 커넥티비티가 별도로 요구된다. 위즈네트의 인터넷 오프로드 플랫폼이 아두이노를 비롯한 모든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들과 연동되고 있는 이유다. 나아가 마이크로칩을 비롯한 대부분의 MCU 벤더 개발 키트에 인터넷 오프로드 모듈이 애드온 되고 있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IT산업은 최근 인터넷 오브 싱스 시대의 심장이 되는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두뇌는 MCU다. 이 MCU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태계의 인프라는 풀뿌리 커뮤니티다. 바로 UCA 프로슈머들이 온라인에서 자생적으로 형성하는 개방과 협업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달려 있다 하겠다. 나아가 이들이 인터넷 오브 싱스 시대의 닷넷(.NET) 서비스를 이끄는 인프라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