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의 틈이 보인다

 “허탈하다.”

 5일 새벽 뜬눈으로 애플 ‘아이폰4S’ 발표를 지켜본 세계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월가도 비슷했다. 애플 주가는 발표 직후 5% 이상 급락했다.

 기대했던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이폰5’ 출시를 예고했던 국내외 언론의 오보 소동도 속출했다. 이쯤되자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에 ‘혁신 엔진’이 식었다는 비판도 비등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4S’를 들고 나온 이면엔 경영전략 변화가 있다. 지금까지 고수한 프리미엄 시장 대신 대중 시장에서 볼륨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현재 세계 휴대폰 전체 시장점유율에서는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새 CEO 팀 쿡이 데뷔 무대에서 던진 화두여서 무게감이 더한다. 이젠 혁신은 더디더라도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삼성전자·노키아 등 기존 메이저 휴대폰과 진검승부를 벌일 태세다.

 한국 기업은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돌이켜보면 애플의 성공도 기회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한 뒤 대중 시장을 공략할 때 애플은 아이폰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역공했다.

 삼성과 LG는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아직 시기상조론을 펼치며 방심했다. 일반 피처폰 대중 시장이 훨씬 커보였기 때문이다. ‘아이폰 쇼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에 깨달았지만 한번 떠난 소비자를 돌려세우는 것은 여간 쉽지 않았다.

 애플의 대중시장 공략은 그때와 꼭 닮았다. 애플은 한국 기업이 속속 발표한 4G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3G 시장이 열릴 때 방심한 한국기업과 비슷하다. 철옹성같던 애플도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관건은 과거 애플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비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애플의 승부수가 통할 수도 있다. 우물쭈물 하다간 프리미엄 시장에 이어 대중시장까지 내놓을 수 있다. 한국 기업에 지금 필요한 것도 새로운 전략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