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현대·기아자동차의 2011 R&D 모터쇼가 시작됐다. 장소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기아 남양 기술연구소의 넓은 잔디밭. 100대가 넘는 전시 차들이 이곳을 채웠다. 규모부터 ‘모터쇼’라는 명칭에 손색이 없다. 질적으로도 어지간한 소규모 모터쇼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현대·기아에서 개최하는 행사기는 하지만, 자사 차량들만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와 맞붙고 있는 경쟁 차들이 80대로 오히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유럽과 북미는 물론이고 남미, 중국, 일본 등 세계 여러 시장의 경쟁 모델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다 보니, 이름난 해외 모터쇼에서도 볼 수 없는 다채로움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야외 모터쇼라는 점, 그리고 화려한 컨셉트카와 스포츠카, 레이싱모델들 위주로 운영되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은 낯설 수 있다. 조명 아래 번쩍거리는 신차들의 향연을 기대한다면, 전시 차들의 상태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가 연구개발 목적으로 수집한 차들이기 때문에 어떤 차들은 허름하게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부 부품이 도망가고 없는 차들도 있다. 현대·기아는 연평균 20대씩의 경쟁 차들을 분해해서 분석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전시 차들의 배경을 알고 보면 의외로 상태가 좋은 차들도 많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현대·기아의 R&D 모터쇼는 자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부품 협력사 R&D 인력들에게 최신 자동차 기술 트렌드를 직접 체험하고 신차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올해는 수입 경쟁차를 직접 분해하고 전시물의 기술 정보를 설명하며, 부품 기술 전시를 강화함으로써 R&D 모터쇼가 협력사 기술 지원의 장으로 부각됐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에는 445개 협력사 임직원 5000여명이 모터쇼에 참여할 예정이다.
2005년 ‘R&D 경쟁차 전시회’로 시작된 R&D 모터쇼는 2006년부터 협력사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모터쇼로 이름을 바꾸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 규모와 참석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해외모터쇼를 참관하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경쟁 차들의 디자인과 설계, 소재 등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사내외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R&D 모터쇼는 각 분야의 차량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전시구역을 △그린 △스몰 △콤팩트 △라지 △럭셔리 △레저 △테크놀로지의 7개로 나누었으며,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아이디어 공모, 퀴즈대회, 토요 가족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로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번 행사는 8일(토)까지 계속되며,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