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날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공세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 특허침해 관련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날이다.
영웅의 죽음이 항상 그렇듯, 잡스 사망도 잡스와 애플에 대한 대중의 애정지수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소비자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삼성전자로선 작심하고 꺼내든 칼날을 애플에 겨누기가 영 민망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날카로운 공세를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잡스 사망을 애도하는 기간 동안 경쟁사로서 애플, 특히 특허분쟁에 관해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신 CEO인 최지성 부회장 명의의 애도사만 발표했을 뿐이다.
업계는 ‘잡스 애도기간 동안 애플에 대한 특허 공격을 유예하겠다’고 직접 밝히지 않은 것으로 미뤄 볼 때, 이미 계획돼 있던 가처분신청은 수순대로 진행하면서 외부에 드러내는 일은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잡스가 현재 애플 CEO도 아니고, 병세가 악화된 2~3년 전부터 사실상 경영실무에서 손을 떼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소송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존 애플 신제품에 비해 별로 파급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 아이폰4S가 잡스 사망으로 인해 ‘유작’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등 판매에 긍정적인 변수가 생겨 삼성전자로선 가만히 지켜보기가 힘든 노릇이다.
따라서 최소 수 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잡스 애도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즈음에는 추가적인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제기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잡스가 IT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삼성전자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애도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산업계와 시장의 논리는 차갑다”며 “잡스 사망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원래 계획했던 가처분신청을 거둬들일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제기한 가처분신청 결과는 빠르면 다음주 내로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애플은 해당 국가에서 아이폰4S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잡스 사망에 공격적 대응 자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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