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남긴 유산... 혁신 제품 숱하게 남겨

 애플은 창립자 스티브 잡스 사망에 ‘그가 남긴 놀라운 유산에 감사한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말 그대로 명석함과 열정, 에너지로 삶을 윤택하게 한 제품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세계는 잡스로 인해 진보를 거듭했다. 손정의가 ‘레오나드로 다빈치에 버금가는’ 인물로 꼽았을 정도다.

 ◇‘디자인’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잡스=그는 IT업계를 넘어 전 산업을 선도했다. 특히 남다른 심미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플=디자인’이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1996년 잡스가 애플로 복귀했을 때 내놓은 아이맥. 흔들리고 있던 애플을 흑자전환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이 컴퓨터는 잡스 특유의 톡톡 튀는 취향으로 구상됐다. 컴퓨터 본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거품처럼 보이게 했다. 게다가 회색 일색이었던 PC 시장에서 오렌지, 코발트색을 사용한 것은 혁신적인 일이었다. 2000년에 내놓은 플라스틱 육면체 소형 데스크톱인 큐브는 각종 국제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매장에서는 외면당하기도 했다.

 2007년 내놓은 아이폰이 휴대폰 업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누구나 손쉽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유저인터페이스(UI)로 구성됐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까지 고려한 잡스 최대 발명품이다.

 ◇참담한 실패도 딛고=스티브 잡스라고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1980년에 내놓은 애플2가 성공하자 서둘러 애플3를 내놨다. 너무 급하게 내놓은 탓일까. 하드웨어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게다가 같은 해 등장한 IBM 컴퓨터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1983년 내놓은 리사 역시 최초의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가 내장된 컴퓨터였지만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1996년 애플을 흑자전환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던 일체형 개인용 컴퓨터 아이맥. 하지만 사람들은 아이맥에 딸려 있었던 퍽 마우스는 기억하지 못한다. 작고 둥근 모양의 디자인은 당시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너무 크기가 작아 커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지나치게 디자인만 강조한 탓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은=아이폰은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아이튠스는 최초의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초의 성공을 거뒀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마법’ 때문이었다. 그는 전략적인 프리젠테이션 달인이었고 디자인과 패키지, 배포의 방식 등 마케팅의 술사였다.

 애플의 앱스토어 역시 스티브잡스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생태계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 유통의 혁신, 시장의 혁신이라 할 만한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잡스는 기본적으로 애플 제품에 자부심이 있었다. 회사에서 쫓겨나기 직전 그는 전임 CEO가 기능을 단순화하자고 한 제의에 ‘애플은 쓰레기를 내놓지 않는다’고 분노할 정도다. 디자인에 대한 심미안과 더불어 정규 기술 교육도 받은 적이 없지만 300개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명석하다. 그는 궁극적으로 IT 업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고자 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