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최고 발명은 죽음입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 같은 말을 했다. 죽음을 ‘삶의 최고 발명품’으로, 자기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그였다.
그는 창조의 아이콘이자 혁신의 대명사, IT 프런티어, 적극적 신사고의 소유자를 대변했다. 레오나드로 다빈치 이후 최고의 종합 예술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잡스가 떠나자 지구촌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창조 에너지도 영원히 잠들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지구촌 ‘창조 아이콘’으로 떠오른 잡스는 그렇게 영원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삶의 방식 바꾼 혁신가=잡스가 글로벌 IT 거인으로 떠오른 것은 사람들의 삶을 바꾼 혁신가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1978년 세계 최초 PC ‘애플2’를 발표했다. 그동안 컴퓨터 하면 일부 연구소나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잡스의 PC 발명은 컴퓨터 대중화를 불러왔다.
기업 생산성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엔터테인먼트 문화도 완전히 달라졌다. 디지털 라이프의 기원이 잡스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잡스의 혁신은 MP3P, 휴대폰으로도 이어졌다. 스마트폰 ‘아이폰’은 세계 휴대폰 시장의 기술혁명을 몰고 왔다. 휴대폰으로 통화만 하던 삶의 방식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창조적 파괴자=잡스의 창조 아이콘은 ‘파괴’를 동반한다. 기존 개념이나 관념을 깨뜨리고 완전히 다른 창조물을 고안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잡스의 발명품은 기존 시장질서까지 바꿔놓았다.
PC를 창조한 그는 지난 5월 애플 세계개발자대회에서 ‘PC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아이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컴퓨팅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대부분 기업과 개발자들이 자기잠식 효과(카니발리제이션)를 우려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속성을 거부했다. 파괴를 통한 창조는 그만큼 진가를 발휘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스, 아이무비,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잡스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제품 톱 10위 또는 톱 50위 안에 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신천지 개척한 프런티어=잡스가 존경받는 또 다른 이유는 불모지를 개척하는 도전과 프런티어 정신이다. 잡스는 22세때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믿고 아버지의 창고를 빌려 시도한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 30세 때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에는 애니메이션회사 픽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그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했다.
애플로 복귀한 뒤에는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신시장 개척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글로벌 ‘IT 거인’으로 우뚝섰다.
그는 스탠퍼드대 연설 말미에 “나의 삶은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면서 살아온 길”이라고 고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퇴장은 애플뿐만 아니라 세계 IT 산업계에서 특별한 시대가 저무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