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키워드로 등장한 융합산업은 전통산업 간 경계를 허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신산업을 창출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이런 가운데 IT산업은 융합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성하경 전자부품연구원(KETI) 융합산업연구본부장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본부장은 “IT산업은 융합산업을 성장시키는 비타민”이라며 “최근 자동차·로봇·조선·에너지·의료기기 등 기존 전통산업이 IT산업과 융합해 전기자동차·스마트그리드·수술용 로봇 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미국 대형 서점인 보더스를 파산시킨 아마존이 100만권이 넘는 콘텐츠로 전자책 시장을 새롭게 만든 것을 지적하며 IT가 융합산업에서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융합산업에 의한 글로벌 시장 구도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국내 기업이 최근 융합산업촉진법 시행을 계기로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융합산업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한두 기업이 지배하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퍼스트 팔로(Fir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로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칸막이식 산업구조도 문제를 제기했다. 융합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연관산업 및 기술의 원활한 공조와 협업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산학연 모두 제품 기술 개발과 산업화에 치중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우리는 지금 이른바 ‘돈이 되는’ 기술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융합산업이 기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인 만큼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기존 학문과 기술 경계를 없애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학문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함께 연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계는 학계에서 만든 원천 특허를 분석 발전시켜 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더욱 강력한 핵심 특허와 응용 특허를 확보해 상용화 특허망을 구축하는 전략적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연구 조직과 견고한 연구 프로젝트가 필수입니다.” 성 본부장의 주장이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활용, 산업계는 국내외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고 새로운 영역의 융합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기업 간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융합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 비즈니스 역량 강화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