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등 전쟁터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는 무인폭격기(드론, Drone)인 `프레데터`와 `리퍼`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고도의 컴퓨터 보안이 요구되는 드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은 군의 비밀 정보가 해커에 의해 유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IT인터넷매체인 ‘와이어드’에 따르면 네바다주 ‘크리치’ 미공군 기지내 조종사에 의해 원격 조정되고 있는 드론이 2주전쯤 ‘키로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키로거(keylogger)‘ 바이러스는 조종사들이 입력하는 컴퓨터 키와 버튼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키로거‘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침투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 조종사들이 제거 가능한 하드디스크를 통해 지도를 로드하거나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하드디스크를 여러 차례 넣었다 빼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당국 보안 전문가가 ’키로거‘ 바이러스의 제거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드’는 이번 바이러스 감염으로 미군의 기밀 사항이 외부로 유출되지는 않았으나 만일 키로거 바이러스에 의해 정보가 인터넷으로 유출됐다면 파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공군은 현재 150대의 프레데터와 50대의 리퍼 무인폭격기를 아프간과 이라크에 투입하고 있다. 최근 리비아에서도 미군은 90여 차례 이상 드론을 출격시켰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군과 별도로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CIA는 최근 예멘에서 알카에다 테러 용의자 안와르 알 알라키에 드론 공격을 퍼부어 살해한 바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CIA는 30대의 드론을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서만 230여회 이상 드론을 출격시켰다.
이처럼 드론의 출격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보안면에선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론은 공중에서 촬영한 비디오 화면을 지상통제소(GCS,Ground Control Station)에 전송하고 있지만 이 비디오에 암호가 걸려 있지 않다고 한다. 지난 2009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라크 반군이 미공군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을 몰래 다운로드받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스카이 그래버’ 등 26달러짜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드론에서 영상을 탈취하는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기나 항공모험, 미사일 등은 사실상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시스템이다. 이번 드론의 바이러스 감염은 군사 무기가 바이러스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방증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