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운전자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F1) 코리아 그랑프리가 14일부터 16일까지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펼쳐진다. 이 대회 주인공인 F1 경주용차들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자동차가 바로 세이프티 카(Safety Car)다.
세이프티 카는 그 명칭처럼 경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차로서 경기 전체를 감독하는 ‘레이스 컨트롤’의 지휘 아래 움직인다. 본경기에 앞서 경주장을 누비기도 하지만, 주된 임무는 경기 중 선수나 관계자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주 차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사고처리나 폭우 등, 경기 흐름을 늦출 필요는 있으나 당장 중단시켜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때, 세이프티 카가 투입돼 경주 차들의 선두에서 진행 속도를 늦춘다.
경주 차들은 세이프티 카를 추월할 수 없고, 세이프티 카 투입 당시의 순위, 대열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앞차와의 거리는 줄일 수 있다. 즉, 앞차에는 불리하고 뒤차에는 유리하다. 피트로 들어가(pit in) 정비를 하고 돌아오는 것도 허용된다. 전력 질주가 이루어지는 경기 중의 피트 인은 시간과 순위 다툼에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세이프티 카의 통제를 받는 중에는 경쟁자들이 제대로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즉, 세이프티 카 투입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피트 인하는 작전을 쓴다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전략을 짤 때는 각 경주장의 세이프티 카 투입 가능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세이프티 카의 출동은 경주 차들의 사고, 날씨 변화 등 서킷 환경과 관련이 깊다. 서킷의 레이아웃, 사고처리 용이성, 기후 등이 출동 확률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면,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세이프티 카 출동 확률이 100%였다. 그리고 브라질, 모나코, 캐나다 그랑프리가 70%로 그 뒤를 따랐다. 반면에 올해 초반에 열린 다섯 경기 동안에는 세이프티 카가 한 번도 출동하지 않았다.
F1은 경주장마다 미리 정해진 바퀴 수만큼을 돌게 되는데, 설사 세이프티 카의 뒤를 따라 도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경기는 진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가령, 세이프티 카가 투입된 상태에서 전체 바퀴 수에 도달한다면, 그 당시의 순위가 그대로 경기 결과가 된다. 올해 6월에 열린 캐나다 그랑프리는 비로 인해 시작부터 세이프티 카가 경기를 이끌었고, 결국 전체 거리의 45.7%에 해당하는 32바퀴 동안 세이프티 카가 출동해 있는 진풍경을 낳았다. 최근 10년 중 세이프티 카가 가장 오래 활약한 경기로 꼽힌다. 이전까지 기록을 갖고 있었던 것은 바로 2010 코리아 그랑프리(26바퀴)였다. 2010년은 세이프티 카의 출동이 가장 잦았던 해기도 하다.
F1의 세이프티 카는 1996년부터 줄곧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버전인 AMG차량들이 맡고 있다. 2010년부터는 도어가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SLS AMG 모델이 새로 투입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차는 6.2리터V8 엔진을 탑재해 57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등 역대 최강의 성능을 뽐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3.8초가 걸리고, 최고시속은 317㎞다. 전담 운전자는 여러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 출신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