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C가 드디어 가동됐나?’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첫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배하고도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확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초강공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초반 소송전에서 밀린 반작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속 밀리는 모양새면 여론전에서 불리하다는 계산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게를 얻는 분석은 막판 협상국면을 대비해 협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플랜C’가 본격 가동됐다는 전망도 높다. 가처분 소송에서 상징적인 1승이라도 올려야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레버리지를 높여라=삼성전자가 이번 가처분 소송에 사용한 특허 목록에는 판매금지에서 꼭 1승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네덜란드에서 프랜드 조항으로 기각된 통신표준 특허 이외에 유저인터페이스(UI) 관련 특허 3개를 포함시킨 것이 이를 방증한다. 상징적인 1승을 올려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아이폰4S 가처분 소송 대상국을 확대한 것도 협상 범위를 높여 추후 더 많은 로열티를 받아내겠다는 포석이 깔렸다. 전쟁이 많아지면 승리할 수 있는 지역도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 대체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서 애플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이 기각됐지만 이 결과가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나라마다 법규가 다르고 침해 내용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 각국 법원은 사법독립권을 갖고 자체적으로 판단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창훈 법무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삼성이 네덜란드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이 기각됐다고 해서 이 결과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삼성은 다른 국가로 특허 소송을 확대해 승리 건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두 회사는 결국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누가 우세를 장악한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느냐가 관건으로 법정 싸움은 더 많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특허 풀 총가동=삼성은 일본과 호주 아이폰4S 가처분 소송에서 프랑스, 이탈리아와 달리 통신표준 특허와 함께 휴대폰 사용자환경(UI) 관련 ‘상용특허’까지 거론했다. 삼성이 주 무기로 삼았던 통신표준 특허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프랜드)’에 걸리자 상용특허까지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프랑스·이탈리아에서 삼성 제소 내용은 WCDMA 통신표준에 관한 특허 등 스마트폰 통신기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기술이었다.
이번에 삼성은 일본에서 WCDMA 통신표준 특허 외에 고속 전송채널 송신 관련 단말기 전력절감을 결정하는 방법(HSPA관련 표준특허 1건)과 △비행모드 아이콘 표시 △사용자 중심 홈 스크린 공간 활용 △앱 스토어를 카테고리별 트리 구조로 표시하는 것 등 화면 표시 방법과 관련된 필수 기능에 관한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박찬훈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삼성은 방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헤이그법원에서 통신표준 특허가 프랜드에 적용되면서 표준이 아닌 상용특허까지 침해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전 장기 레이스 돌입=삼성과 애플 특허전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허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이 섣불리 협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6개월 안에 결론이 나는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본안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어 2~3년 이상 긴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4월 애플이 시작한 소송전이 지금 차례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의 소송은 이제 시작으로 단기간에 결론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10월 5일 제기한 프랑스, 이탈리아 소송 중 1곳이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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