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가 오르자 기존전망에 '물타기'

코스피 상단 1,900선 포기…"박스권 열렸다"

코스피가 단기 급반등에 성공하자 한동안 암울했던 여의도 증권가에서 연내 2,000선 회복을 전망하는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 급반전에 편승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전망만 믿고 투자했다가 또다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과 20일 전만해도 이달 증시전망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들의 시장 전망 보고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살얼음판`, `암흑`과 같은 비관적 수사(修辭)들로 가득찼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 삼성,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 등 국내 5대 증권사가 내놓은 10월 코스피 평균 예상치는 1,660~1,900이었다. 지난달 말 지수가 1,769.65로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6~17일 8거래일째 오르며 27개월래 최장기간 랠리를 펼치자 증권사들의 입장이 돌연 바뀌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국제 공조가 강화되고, 유럽 재정위기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에 서둘러 `물타기`를 하고 있다.

5대 증권사 중 한 곳인 A증권사는 이날 보고서에서 "보름 전만 해도 약세론이 팽배했지만, 이제 1,900선 재돌파는 쉬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투자전략의 바탕이 전망보다는 시황 중계에 가깝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B증권사는 정책 기대로 박스권 상단이 열렸다며 다음 달 초까지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이런 전문가의 견해에 귀를 기울였다가 불의의 손실을 보기 십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에 관해 "우리는 증시를 전망하지 않고 연구·분석하는 사람들이다. 방향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워낙 많아 지수대를 제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내부에서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유보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한 연구원은 "유럽위기 해결의 기대가 커져 랠리가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당분간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