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OLED조명 개발 상황은 선진국에 상당히 뒤처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지만, 소재·공정·설계 등 기반 기술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LG화학·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네오뷰코오롱·금호전기 등 여러 국내 기업이 신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OLED조명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OLED조명 패널 사업 계획을 확정한 업체는 드물고, 개발 및 투자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핵심 소재 개발에 취약, OLED조명 시장에서 ‘양쯔강 가마우지’ 신세 우려=국내 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핵심소재 개발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OLED조명 시장이 국내에서 본격화돼도 핵심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부가가치는 해외기업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발광소자 등에 대한 원천 기술이 없어 향후 미국·일본 기업들의 특허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업계 관계자는 “국내 OLED조명 업체들은 기술 수준이 원천기술보다는 대체 소재 개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 영역에서 유기소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다”고 토로했다.
유기 합성에 관한 전문 인력도 부족해 소자와 소재를 연계한 고급 연구도 힘든 실정이다. 유기 중간체 합성 및 개발을 수행할 업체도 적다.
OLED조명의 핵심 소재인 광학필름 기술 수준도 여전히 저급한 편이다. 외부 광 추출 필름은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해 LCD 백라이트에 적용하고 있지만, 소재 기반 기술이 미흡해 응용력이 부족하다. 내부 광추출 필름은 향후 개발해야 할 고난도 소재지만, 기초 기술 부문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다.
OLED조명 광학 설계도 기하광학·파동광학·색채광학·조명광학이 종합된 광학 설계 기술이 아닌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내·외부 광추출 구조 중심의 광학필름 개발에서 벗어나 배광 분포 특성 조절·색채공학적 특성 조절·방열구조 복합 등 2차 응용 분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M 등 해외기업이 OLED조명 광학필름의 원천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국내 산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글로벌 특허 부문을 담당하는 법무법인의 한 변리사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다량의 특허를 출원해 국내 산업계가 해외 기업들의 특허 공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공정 및 장비기술 확보해야 OLED 조명 상용화 가능=OLED조명이 상용화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공정 및 장비 기술 확보다. OLED조명용 장비는 기판 형성·하부전극 형성 공정·유기물/금속증착 공정·봉지 공정·검사 및 수리(Repair) 장비·모듈 공정 장비 등으로 분류된다.
현재 OLED 조명용 기판은 유리 위에 투명전극인 인듐주석산화물(ITO)과 보조전극을 증착하고, 포토 에칭 방법으로 패터닝을 한다. 그러나 이 공정은 저렴한 OLED 조명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OLED 조명용 ITO는 기존 LCD에 사용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특성이 요구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OLED 조명용 진공증착 장비가 전무한 실정이다. 롤투롤(roll to roll) 공정용 폴리머 필름 기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습도가 확보된 필름 위에 투명전극 증착을 해야 하지만, 이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OLED 조명 생산에는 진공증착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데, 향후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프린트 방식이 상용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OLED 조명 봉지 공정도 디스플레이와 유사하게 유리나 금속 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조명 전용 봉지 공정과 장비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OLED 조명은 디스플레이와 달리 단위 픽셀이 크고 높은 휘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상 결함이나 진행성 결함을 사전에 검사할 수 있는 장비도 개발해야 한다.
수리 장비도 수율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소자를 진공 공정에서 제작 후 봉지 공정 전에 테스트 및 수리를 하기 때문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초기에 결함을 제거하고 최종 결함 부분을 복구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가장 바람직하다.
권장혁 경희대 교수는 “OLED 조명의 오랜 수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필름 제조 기술이 아닌 기판·광학·소재·전자소자·공정 및 장비 기술을 밀접하게 연계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각국의 정부 지원책
세계 각국 정부는 차세대 기술인 OLED조명 개발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20개 이상의 OLED 조명 관련 기관이 설립됐으며, 100개 이상의 기업 및 대학이 OLED 조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면발광 OLED 조명 사업화 기술개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OLED 기술을 이용한 조명용 면광원 기술 개발’ ‘환경·감성형 OLED 면조명 기술’ 등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또 성균관대학교 주관의 ‘초저가 유기 면광원 조명 시스템 개발’ 사업도 관심을 받는 과제다.
미국은 2020년까지 자국 에너지 소비의 20%를 차지하는 조명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부(DOE) 주도로 1999년부터 ‘차세대 조명(Next generation lighting)’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DOE는 최근 3년 동안 총 74억9000만달러의 연구비를 집행했는데, 이 가운데 OLED에 4800만달러를 투입했다.
일본은 산업기술총합개발기구(NEDO)와 산업기술진흥기구 주관으로 지난 2004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3억엔을 투자해 백라이트유닛(BLU) 및 일반 조명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미쓰비시중공업·IMES 등 유명 기업이 대거 참여해 주목을 끌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15×15㎠, 50㏐/W, 70 CRI(연색지수), 1만시간 수명의 백색 OLED 면조명 개발을 목표로 OLLA(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of ICT & Lighting Applications)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필립스·지멘스·오스람·머크 등 24개 주요 기업과 학교가 참여해 힘을 모았다. 다음 단계로 3000만달러를 투입해 2008년 9월부터 3년간 100㏐/W, 1m×1m, <100euro/㎡를 목표로 OLED100.eu 프로젝트를 단행하기도 했다.
독일은 교육연구부(BMBF) 주도의 ‘OPAL2008’(Organic Phosphorescent diodes for Applicaions on the Lighting market) 프로젝트를 진행, 고효율 OLED 광원 생산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자국 대학 주도로 폴리머 소재 기반 백색 OLED 개발을 위한 ‘TOPLESS’(Thin Organic Polymer Light Emitting Semi-conductor Surfaces)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 지금까지 국책 연구과제 실증 사업 성과물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2006년부터 지식경제부 지원으로 OLED 조명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원천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되도록 소재·장비·패널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30lm/W급 투명 OLED 면광원 및 색가변 OLED 면광원 기술을 확보했다. 21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했으며, 23건의 우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환경/감성형 OLED 면조명’은 OLED 면광원 기술과 IT의 융합을 통해 환경-감성-조명이 서로 교감하는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제품을 뜻한다.
OLED 면조명은 오랜 수명과 고효율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투명하면서 색감이 좋고, 색과 온도 조절도 편리해 감성조명으로 응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OLED조명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우수 조명 디자인 발굴 및 고부가가치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OLED조명은 홍콩조명전시회·KES2010 등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돼 외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근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2011에서는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수행한 감성조명 과제 시제품이 전시됐으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조명용 광원 과제를 통해 개발한 리니어 셀로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DMS는 산업화 지원과제로 OLED 조명용 핵심 장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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