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 이제는 탈추격 전략이 필요하다

[기자수첩]삼성전자, 이제는 탈추격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추정치가 최다 2700만대 이상으로 집계돼, 1707만대를 기록한 애플에 비해 1000만대나 앞섰기 때문이다. 당당한 스마트폰 1위 기업이 된 것이다. 특히 애플과 특허 소송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들려온 희소식이라 더욱 반가웠다.

 “이대로라면 1년에 1억대도 가능하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삼성전자 안팎에서 들리기도 했다.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탑재한 레퍼런스폰 ‘갤럭시 넥서스’와 5.3인치 대화면에 S펜까지 더한 ‘갤럭시노트’가 연달아 출시돼 연말 시장을 띄울 예정이라 전혀 헛된 기대만은 아니다.

 하지만 추격자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노키아·모토로라 등 왕년의 실력자들이다. 26일 영국에서 ‘노키아월드’를 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예정인 노키아는 올해 1만명 이상의 직원을 내보내고 자체 OS 심비안을 버리는 등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운용체계(OS) 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동병상련’의 동맹도 맺었다. 이번에 발표되는 ‘망고폰’에 시장은 적지 않은 기대를 보내고 있다.

 피처폰 ‘레이저’로 왕좌를 차지한 경험이 있는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레이저’로 재기에 나선다. 국내 언론에선 애플과의 특허 문제에 대한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의 발언과 갤럭시 넥서스 공개행사 등으로 크게 알려지지 못했다.

 ‘초슬림·개인 클라우드’ 등 기술력이 응집된 디자인과 혁신적 서비스를 탑재했다고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서 무섭게 세를 늘리는 HTC도 주목할 만하다.

 불과 2~3년 전 삼성전자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추격자’였다.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애플과 리서치인모션(RIM) 등에 비해 느렸던 탓이다. 이제 시장 ‘선도자’가 됐다. 추격자들에겐 ‘공공의 적’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멀티 OS’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에 앞장서지 않으면 다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부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