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min2kimp@ajou.ac.kr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는 1980년대 중반 20여명의 개발자들 모임에서 시작돼, 세계 최대 규모 게임콘퍼런스로 성장했다. 올해로 25회를 맞아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렸다. GDC에는 국내 게임개발자, 기업, 교수 등 많은 관계자들이 참가해 왔다. 세계의 수많은 게임 전문가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된다.
필자는 2004년 GDC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게임물 등급분류에 관한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이 자리에서 해외 게임 관계자들과 국제적 협력 등 다양하고 귀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GDC에서는 많은 세션에서 다양한 발표가 진행됐지만, 필자는 모바일게임 세션에는 참석을 못했다.
GDC가 끝나고 귀국길에서 공항에서 만난 한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대표는 “모바일 네트워크게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소개됐지만, 국내에서 이미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 최고 권위 게임개발자 콘퍼런스에 참가한 게임 후발국의 조그만 게임사 대표의 평가가 다소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유럽 등에 비해 한국은 게임 후발국이지만, 2000년대 중반이후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에서 사실상 선도적인 위치에 올랐다. 이젠 우리나라가 기존 선진국을 뒤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즉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많은 노력으로 어느새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위상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선 콘퍼런스가 필요하다. 개발자 콘퍼런스 개최는 세계 게임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 중의 하나다. 세계적 권위의 GDC 핵심도 콘퍼런스에 있다.
우리가 세계 게임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면 GDC에 참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우리도 GDC와 같은 세계적 권위의 게임콘퍼런스가 필요하다. 한국게임컨퍼런스(KGC)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KGC는 GDC를 능가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2001년 첫 개최 후 10년을 넘기고 있는 KGC는 세계 2대 게임 콘퍼런스로 평가되고 있다. 매년 가을에 개최되어 ‘상반기 GDC’ ‘하반기 KGC’라고 평가될 정도다.
일본·유럽 등 게임선진국에서 개최되는 어느 콘퍼런스도 KGC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국내 개발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해외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KGC를 찾아오고 있다. 이것이 KGC가 가지고 있는 가치이자, 성장의 밑거름이다. 하지만 KGC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해외를 못따른다. 국내에서의 관심과 참여가 지금과 같다면, KGC의 위상과 가치는 GDC를 앞서기 어렵다.
세계 시장에서 담론을 형성하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콘퍼런스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재의 KGC는 지난 10년 노력의 결과다. KGC는 여러 게임관련 행사들 중의 하나가 아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위상과 시장을 선도하는 중심축이다. KGC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오는 11월 7일부터 열리는 KGC의 주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eginning)’다. 게임산업이 어려웠던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KGC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
-
정재훈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