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수도 등 수용가의 모든 데이터를 취합해 양방향 통신까지 지원하는 전력선통신(PLC) 칩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PLC 칩 기반 AMI가 스마트그리드와 향후 해외시장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PLC 칩은 각종 가전기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대역(500㎑ 내외)과 겹치지 않는 주파수대(2~30㎒)를 통신전송로로 사용해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할 때 예상되는 각종 가전기기 신호 간섭을 최소화했다.
PLC 칩은 1999년 산업자원부가 주관하고 전기연구원·한전·한전KDN·젤라인이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2005년에 국산 고속PLC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대전과 대구 1500가구를 대상으로 원격검침, 부하제어 등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2006년에는 2005년에 제기된 여러 문제점(소모전력 과다·외관 크기)을 개선해 의정부·고성 등 5개 지역에 2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2008년에 전국 10개 지역 5만 가구에 원격검침망을 구축, 원격검침을 진행했고 전국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010년에는 정부 스마트그리드 정책이 수립되면서 전국 약 70여개 지역 50만 가구에 원격검침망을 구축했다. 경제형 미터(E-Type)를 도입해 여러 개 미터를 한 개 모뎀으로 통신하게 함은 물론이고 3만대에 이르는 변압기의 과부하와 정전도 감시가 가능해 99% 이상의 원격검침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단지에도 적용해 수요반응(DR) 등 실증사업에도 기반이 되고 있다.
2011년에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지금까지 입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가표준(KS·2006년)과 국제표준(ISO·2009년) 등록도 마쳤다. 2011년도 75만호 사업을 준비하면서 2006년도에 개량된 칩이 KS에 일부기능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2011년 보급 사업은 돌연 중단됐다. 2012년에 재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칩 기술이 복잡해 시험과정에서도 걸러지기 어려워 해당 칩 개발 사업에 참여한 관련 기관이나 기업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며 “사업은 다소 지체됐지만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기산업진흥회 주관으로 한전·전기연구원·칩 메이커 3사 등이 참여해 시험표준을 개정하고 시험 장비를 보강해 내년 초 사업 재개에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표준과 기준이 재확립되면서 국내 관련 제조사의 사업 참여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칩 분야가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품질향상과 공정거래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