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전셋돈 때문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작년 1월 77㎡ 아파트를 전세 1억5천만원에 얻었지만 최근 집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을 2억2천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거주하는 곳은 입주 당시 대단지 신축아파트라 전세금이 주변시세에 비해 쌌던 데다 전세 대란까지 겹쳐 이번에 인상폭이 훨씬 컸다.
전세금 인상분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찾은 김씨는 2년 새 1% 가까이 늘어난 금리 때문에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7천만원을 용케 빌린다고 쳐도 한 달 추가 이자부담만 약 6만원에 달한다. 한 달 200만원 남짓인 김씨의 수입을 고려하면 살림살이는 한층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은 `전세대란`이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2년새 급증했다.
게다가 전세자금대출마저 뛰어올라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잔액 2년새 5배↑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개 시중은행의 자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조3천142억원으로 전월말보다 약 6.2%(2천501억원)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인 0.6%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세 대출 잔액은 2009년 말 8천765억원, 2010년말 1조9천610억원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말과 지난달 말을 비교하면 5배나 늘어난 셈이다.
또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실적은 11만4천832건, 3조6천6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9천582건, 2조6천571억원보다 각각 15%, 38% 껑충 뛰었다.
이는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금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2004년 7월 60.1%를 찍은 이후 가장 높은 60.0%를 기록했다.
◇금리마저 올라 서민들 `한숨`
전세금뿐 아니라 대출금리마저 올라 서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같이 움직이는 A은행의 자체 전세론은 지난해 1월 4.06~5.56%에 고시됐으나 지난달 말 금리는 4.55~6.05%였다.
산술적으로 5천만원의 추가 전세금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년 이자부담은 25만원이 늘어난다. 서민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는 액수다.
제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 금리가 10%를 훨씬 넘는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이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는 사실은 연체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연체율을 포함한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0.48%에서 지난 9월 말 0.71%로 뛰어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추가로 전세금이 오르고 여기에 금리까지 더 오르면 서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