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미 FTA 비준 `강행 명분` vs `잃을게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와 날선 공방이 평행선을 걷고 있다.

 3일 오전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비준 논란은 오후 박희태 국회의장이 “오늘은 비준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한나라당은 2차 D데이로 잡은 오는 10일엔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 부담에 내달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의장이 “외통위에서 상정했으니, 토론해 표결에 붙여야 할 것 아니냐”며 처리 절차를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강행처리가 능사가 아니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등 야5당은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점을 들어 “(외교통상위원회 통과 없이) 본회의 직권상정 땐 결사 저지하겠다”고 선언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여당으로선 명분을 쌓을 시간이 필요하고, 민주당은 정국 흐름상 파국으로 가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에 복귀하는 6일부터 당·정·청 공조아래 국민설득 작업에 집중한 뒤 10일 처리 강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 등 중요한 외교 일정을 수행하는 와중에 국내 정치 충돌이라는 무리수가 발생해선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는 10일에도 처리 시기를 놓친다면 한미FTA는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기류다.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경제계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미 FTA가 세계 최대규모인 미국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을 재확인했다. 이미 국회에 본회의 조속한 비준 처리를 촉구하는 공개 입장을 전달한데 이어, 정치권 채널을 총동원해 설득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은 비준안 처리에 앞서 확실한 피해 보전책을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FTA가 체결되면 수출 대기업들에는 이익이 돌아갈 수 있으나, 소상공인들의 경제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진호·홍기범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