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나라, FTA 비준 철학도 전략도 없어"

청와대는 3일 국회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무산되자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인 이날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 좌절된 책임의 상당 부분을 여당 원내 지도부에 돌리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반대는 이미 예상된 고정 변수였던 만큼 여당의 치밀한 협상 전략 부재가 이날 비준안 처리 무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 마디로 철학 부재에, 전략 부재"라면서 "여당 원내 지도부의 협상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 협상을 하면서 미리부터 이것 저것 다 줘버리니, 안 그래도 FTA를 하기 싫은 야당이 협상 대상이 아닌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문제 삼아 버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여당이 허술한 전략을 세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아예 처음부터 한미 FTA에 대한 철학과 비준안 처리 의지조차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총선을 앞두고 밀어붙이는 이미지로 비칠까 눈치를 본다는 얘기도 있는데 만약 그런 의원이 있다면 오판하는 것"이라며 "160석 넘게 뽑아준 여당이 이런 국가 대사 하나를 표결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무능을 보인다면 다음 총선에서 당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ISD를 문제삼아 비준안 처리를 실력 저지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차나 삼성전자 등 우리 대기업도 해외에 수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ISD를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쌍무협상은 조건부 비준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하루빨리 한미 FTA를 비준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참모는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FTA 비준안은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협상안"이라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를 해서 표결해주는 게 민주주의 원칙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