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유동성 확보 가능성 속 `빅딜설` 점화

 ‘유동성 위기인가, 신규사업 진출인가.’

 LG전자가 3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휴대폰 사업부진으로 실적부진을 보여온 LG전자가 신규 자금마련에 돌입하면서 현금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각의 우려처럼 현금유동성 확보차원이 아니라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며 현금유동성 위기설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현금유동성보다는 신규사업 진출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현금유동성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를 따져봐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면서도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LG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2조7498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유동성 위기일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도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LG전자가 내년 상반기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이에 대비한 증자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휴대폰 사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턴어라운드에 성공하지 못하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등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회사채 발행 대신 유상증자 카드를 쓴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적 악화로 회사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규 사업을 위해 증자에 나선다면 모종의 ‘빅딜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증자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증권시장에서는 LG그룹 시총이 1조원 이상 증발할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불요불급한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참여를 부인해온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전격 참여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현재 하이닉스 매각가격은 3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 1조원을 보태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에는 난색을 표명해왔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게 LG그룹 안팎의 분위기다. 하이닉스 채권단 관계자도 “지금까지 LG측에서 인수전 참여를 타진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LG전자도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부인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전망도 무게를 얻고 있다. 그동안 휴대폰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스마트폰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매물로 나온 HP의 모바일 운용체계(OS) ‘웹OS’와 같은 ‘해외 SW업체 인수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HP가 ‘웹OS` 개발사인 팜을 인수하는 데는 1조3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됐다. LG전자가 유상증자키로 한 1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굳이 웹OS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최근 SW역량 강화에 나선 LG전자가 국내외 주요 SW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LG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태양광, 수처리 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다만 이들 사업은 LG전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어서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당장 주식 급락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증자까지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