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대중 스포츠 후원` 한국 위상 강화
주요 경기 직접 선수 격려하며 `장외 대결`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최근 SK그룹이 434억원을 기부해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완성하면서 대기업과 재계 `큰손`의 스포츠 사랑이 이목을 끌고 있다.
기업의 스포츠 후원은 대체로 마케팅의 하나로 이뤄지지만, 소속 팀의 성패가 회사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 오너 일가나 최고경영자(CEO) 등이 직접 챙기는 사례도 상당수 있다.
◇ 한국의 위상을 높여라…`일편단심` 후원 = 국내 주요 그룹의 회장은 회사 경영 초기부터 전통적인 스포츠를 정해 꾸준히 후원하거나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활동을 주로 벌여왔다.
대표적인 인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그는 1996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아 한국 스포츠를 세계에 널리 알리려 애써왔고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물러났다가 2009년 특별사면되고 나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평창 유치가 확정되기까지 1년 반 동안 세계 각국의 IOC 위원 등을 만나려 지구의 다섯 바퀴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고 한다.
일본 와세다대 유학 때 레슬링을 즐겼던 그는 1982∼1997년 레슬링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비인기 종목 육성에도 이바지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스포츠 사랑을 경영 이념과 접목했다.
현대건설은 고인이 1977년 1월 창단한 여자 실업배구단을 이어받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을 회사의 전통인 끈기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사업 성과 못지않게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 회사의 사기를 올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강조했으며 이런 영향 때문인지 현대건설은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회사가 어려울 때도 배구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스포츠 사랑은 아들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게로 이어졌다.
정 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2009년 세운 ㈜현대중공업스포츠를 통해 K리그의 울산현대축구단,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축구단, 현대코끼리씨름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1994~1996년 K리그 울산 현대 구단주, 1997~1999년 전북 현대 구단주에 이어 2000년 1월 옛 대우 로얄즈를 인수해 부산 아이파크를 운영하는 등 17년 연속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올해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취임하는 등의 열성을 보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관심 분야는 양궁이다.
그는 4차례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양궁 저변 확대와 인재 발굴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 회장이 양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장비에 대한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개발토록 독려하는 등 스포츠 과학화에 힘썼으며 이런 노력이 양궁을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키웠다고 그룹은 자부하고 있다.
롯데그룹 오너 집안의 관심은 단연 야구에 쏠려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제2의 고향`인 부산에 연고를 둔 롯데 자이언츠와 일본의 지바 롯데 말린스의 구단주이다.
그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말린스의 구단주대행을, 5촌 조카인 신동인 사장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대행을 각각 맡는 등 집안이 나서 롯데 야구단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는 2008년 침체에 빠진 자이언츠의 부활을 위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를 선임했고 말린스로 이승엽과 김태균을 각각 영입해 2005년과 2009년 우승을 이끌어냈다.
올 시즌에는 프로야구 지휘 경험이 없던 고려대 양승호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2018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도 활약했고 2008년부터 대한탁구협회를 이끄는 등 기초 스포츠 육성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고교(광주일고) 시절 농구 선수로 잠깐 활동하기도 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한국 골프 국제화의 공신이다.
2004년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을 맡아 연간 10개를 밑돌던 코리안투어를 16~20개씩 여는 등 본격적인 투어 시대를 열었고, 유러피언투어인 밸런타인챔피언십을 유치하는 등 국제화를 이뤘다.
◇ 국경 초월한 마케팅…게임도 스포츠 = 외국팀이나 e스포츠 등 기존에 관심을 적게 두던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회사 특성에 맞게 국제 스포츠와 신 영역의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돌려 스노보드 월드컵인 `빅에어 점프 대회`를 4년째 후원하고 있다.
이 대회는 도심에 설치된 인공 슬로프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와 점프하며 다양한 묘기를 부리는 경기로 올해는 뉴질랜드 카드로나를 비롯해 14개국 20개 도시를 순회하며 열렸다.
LG전자는 전남 영암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글로벌 파트너 자격을 3년째 유지하며 첨단 기업 이미지를 다지고 있다.
STX는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며 스포츠 마케팅의 영역을 확장했다.
2006년 4월 중공업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프로게임단 `STX 소울` 후원을 시작했는데, 현재 이 팀에는 24명의 선수가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에서 활약 중이다.
한화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명문구단 유벤투스FC와 태양광 에너지 부문 독점 후원권 계약을 맺는 등 외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손흥민 선수가 속한 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SV,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볼턴 원더러스FC와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이는 유럽에서 `한화 솔라(Hanwha Solar)`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맞닿아 있으며 영국의 애버튼FC,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AS로마 등의 축구 구단 경기장에서 한화솔라를 알리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야구, 복싱, 사격 등을 지원하면서 국내 스포츠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왔는데 그룹이 태양광 분야를 주력 신사업으로 삼으면서 스포츠 마케팅도 이에 맞춰 기획하고 있다.
◇ 스킨십 강화..직접 격려로 `장외 대결도` = 재정 후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장을 방문하는 등 선수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기업인도 자주 눈에 띈다.
SK 최태원 회장은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관람하러 문학구장을 찾았고 같은 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같은 경기장에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라이온즈가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바로 류중일 감독에게 "수고했고 고생 많았다"며 `깜짝` 격려 전화를 했다.
조양호 회장도 프로배구 2010~2011시즌에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등 열의를 보인 바 있다.
GS건설은 2004년부터 허창수 GS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FC서울을 지원하고 있는데 매년 GS, LG, LS 등 그룹 계열사 임원이 선수단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기를 북돋워주는 `총 응원의 날` 행사를 벌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