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에 속도를 낼 태세다.
1차 `디데이`(D-day)였던 지난 3일 국회 본회의 취소와 함께 비준안 처리가 자동 무산되면서 장기화 모드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으나 2차 디데이( 10일)는 넘길 수 없다는 의견이 세를 얻어가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이 쇄신안 논의를 비준안 처리 이후로 미룬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과의 협상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최대한 신속한 처리를 바라는 청와대의 입장, 집권 여당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야당에 계속 끌려 다니고 여론의 눈치만 본다는 일각의 지적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10일을 넘길 경우 내부 동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면서 연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7일 일제히 야당과의 소득없는 협상보다는 `신속처리`에 방점을 찍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FTA 문제는 국익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그래서 이젠 더이상 늦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최고위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FTA를 당당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7일 주무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당 등 야당이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만큼 제3의 장소에서 회의를 여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노당이 상임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데 그 외에도 국회에 여유 있는 공간이 많다"며 "상임위는 회의장이 의미가 없다. 상임위원장이 여는 곳이 곧 상임위"라고 말해 회의장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시도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외통위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준안 직권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앞서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외통위에서 직권상정을 했으니 토론해 표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도 안 할 것이냐"고 말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 외통위에서 처리를 한 후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게 도리"라면서 "외통위 차원의 비준안 처리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여전히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비준안 처리를 24일 본회의나 아니면 아예 12월로 늦춰 새해 예산안과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비준안 강행처리시 정국경색이 예상되고 이 경우 예산안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직권상정의 부담을 한 번으로 줄이자는 취지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