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이닉스 매각 본입찰에 단독 응찰했다. 사실상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결정했던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인수의지를 막판에 밝히면서 ‘최종 응찰’로 급반전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등 관계자는 본입찰 마감 시간 직전인 10일 오후 4시 53분 CS증권 서울지점에 도착, 마감시간인 5시에 임박해 본입찰서를 접수했다. 이날 오전부터 이사진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해 오후 3시부터 이사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진통을 겪었으나 마감 직전에야 최태원 회장이 의지를 밝히면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관련기사>
SK텔레콤 관계자는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과 하이닉스 주가상승 등으로 막판까지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며 “9일부터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고 인수 시기와 가격을 놓고 일부 이사들이 이견을 보여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나 막판 간담회에서 최종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최태원 회장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인수에서 빠질 경우에 대한 주식 시장 혼란은 물론이고 자칫 압수수색에 대한 반발로 비칠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 회장의 의지가 주효했다”고 전했다. 예상가격에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면서 “의지가 확고하기에 잘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SK텔레콤의 응찰로 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압박,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 등 변수로 포기사태까지 내몰렸던 하이닉스 매각은 다시 희망의 끈을 이어가게 됐다.
하이닉스 매각 성패는 SK텔레콤이 제시한 인수 가격을 채권단이 수용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15%의 절반인 구주 4425만주(7.5%)와 하이닉스 신주 1억185만주를 인수해야 한다.
신주 발행 가격은 SK텔레콤이 본입찰 시 제시한 가격과 하이닉스 이사회 결의일 전일로 산정한 기준 가격 중에서 높은 쪽으로 확정된다. 구주 가격은 신주 발행 가격에 비해 5% 이상 높아야 하며 20% 이상일 경우에 SK텔레콤이 입찰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과 관련된 하이닉스 이사회는 14일 개최될 예정이다. 비영업일을 제외하고 영업일인 11일 종가로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서동규·이호준·박창규기자 dkseo@etnews.com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