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억원 정부예산이 투입된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실증단지는 지식경제부와 광주시가 태양에너지의 실용화·상용화 연구를 비롯해 성능측정, 국제협력사업 등을 위해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추진한 사업이다.
조선대 용지 5000여평에 국비 19억원, 민자 14억원 등 총 3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3㎾ 규모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스템 5세트와 태양열 온수기 10세트, 50여평 규모 연구관리동으로 구성돼 있다.
]13일 관련업계 및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실증연구단지 사후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올 연말 실증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나 관리부실과 함께 일부 시설물은 수 년째 방치된 상태다.
최근 현장방문 결과 데이터 확보 및 표준화 실증을 위한 태양열온수기 등은 수년간 가동이 중단됐다. 주택용 계통 연계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인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기(BIPV) 등 일부 시설물은 창고로 쓰고 있었다. 수 억원이 투입된 연구관리동을 들여다보니 자물쇠로 잠궈 출입이 통제됐다. 이곳은 담당 연구원이 상주하지 않아 시설물 관리 및 협력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다.
실증단지 내 12기의 온수기 가운데 증기압력기 상당수는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우레탄단열재는 피복이 아예 벗겨져 제 역할을 못했다. 사실상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해 표준화와 상용화를 위한 신뢰도를 얻기 힘든 상태다.
시험동은 폐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전락했다. 태양모듈과 전력조절시스템 등 발전전력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계량기는 4동 가운데 1곳만 설치돼 있었다. 태양광·풍력 복합발전 독립형 LED 가로등의 경우 400W 풍력발전이 가능함에도 풍량계는 멈춰 있었다. 이곳은 조선대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바람의 유입이 많은 곳이다. 인접한 기상청 풍향계도 분당 120회가량 회전하고 있다.
광주시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솔라도시’가 무색할 지경인데도 광주시 관계자는 “태양열을 제외하곤 대부분 장비는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대 실증연구단지 관계자는 “연구관리동은 원격조종을 통해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시험 때만 방문한다”며 “사업 초기엔 논문 등을 위한 시험테스트가 많았고, 종료시점이 되면서 관심도가 떨어졌지만 이 부분도 연구개발 영역”이라고 변명했다.
태양에너지 실증연구 사업에는 조선대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학계 및 연구기관과 LG산전, 솔라테크 등 19개 관련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