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주인공 수애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알츠하이머 질환.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이 질환을 조기에 측정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걸린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상태가 악화된 후인 만큼, 초기에 진단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도 있다. ETRI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는 최근 반도체와 센서 기술을 접목해, 극미량의 발병원인 물질을 조기 측정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처럼 반도체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BT와 IT의 융합의 핵심은 반도체다. 많은 질병을 가정에서도 간단하게 진료할 수 있게 만드는 랩온어칩이 대표적이다. 사람의 몸상태를 체크해 이를 DB화하고 변화가 있다면 이를 병원에 알려주는 기기도 핵심은 반도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반도체 관련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융합기술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의료 영역만이 아니다. 자동차는 IT와 융합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기능을 갖췄다. 이 역시 반도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종 산업 간, 이종 기기 간 융합 그 중심에는 사실상 반도체가 있는 것이다.
◇의료, 자동차가 IT를 입는다 = ‘융합’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다. 과거 자동차는 기계 장치였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기계장치가 아니다. 이미 수십 개의 반도체가 들어가 각종 편의·안전 기능을 제공한다.
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ABS(Aanti-lock Brake System)나, 자동차가 차선을 이탈했을 때 알려주는 장치 등 안전을 위한 장치에는 전자제어장치(ECU)가 필수로 들어간다.
자동차 실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정하거나 외부 밝기를 감지해 램프를 켜고 끌 때에도 센서와 제어기능을 갖춘 반도체가 그 기능을 한다. 차량을 보다 즐겁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말할 나위없다. 모바일TV를 수신하고 멀티미디어를 재생하며, 길을 안내해주는 모든 시스템이 반도체 내 연산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안전·편의 기능에 반도체 만큼이나 중요한 센서도 사실상 반도체와의 융합 작품이다. 이러한 센서들이 반도체 공정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 덕에 소자를 작게 만들 수도 있고 신뢰성도 보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도 낮출 수 있다. 일례로 자동차가 충돌할 때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는 에어백에는 가속도 센서가 들어간다. 만약 가속도 센서가 기계식으로 생산된다면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무겁고 양산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실리콘으로 제작하는 가속도 센서는 기존에 확립된 반도체 공정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양산성이 높다.
전기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자동차의 중요성은 더하다. 연료로 사용되는 배터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BT와 IT의 융합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동차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중이다.
ST마이크로는 베레두스연구소와 함께 식중독균을 검출하는 랩온어칩을 최근 개발했다. 이 회사는 2007년에도 베레두스와 공동으로 조류독감을 진단할 수 있는 랩온어칩을 개발한 바 있다. 칩 위의 작은 실험실이라는 뜻을 가진 랩온어칩은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간편하다. 이 칩만으로 감염원을 즉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사업으로 바이오를 지목했다. 자사의 반도체 기술, 모바일 기술들과 융합할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유럽 최대 반도체 기술 연구소인 IMEC은 BT와 IT를 융합하는 휴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뇌파를 분석하는 머리띠와 파스처럼 몸에 붙여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패치 등이 포함됐다.
루크 반 덴 호프 IMEC 사장은 “반도체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열어주는 핵심 기술”이라며 “반도체 기술 연구소인 IMEC이 에너지·바이오·CMOS 기술을 총동원해 다양한 분야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종 기기 간의 융합, 반도체가 이끈다 = 서로 다른 영역뿐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구현했던 다른 기기를 융합하는 데에도 반도체가 중요하다. 한 반도체 내에도 이제는 많은 기능들이 집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융합단말기인 스마트폰만 해도 많은 기능을 집적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여야 한다. MP3플레이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작은 스마트폰 하나가 모두 갖추기 위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은 고도로 발전했다.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연산을 원활하게 하면서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코어도 이제 두 개를 사용한다. 내년에는 쿼드코어까지 등장하게 된다. 스마트폰 크기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PCB의 면적을 감당하기 위해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반도체로 구현하는 기술도 발달됐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전력관리칩은 아날로그반도체 30여개를 압축해 놓은 제품이다. 애플리케이션 구동과 통신 지원을 동시에 하는 칩도 개발되고 있다.
박성호 삼성전자 전무는 한 포럼에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기술 발전에 대해 설명하며 “이제 칩 하나로 카메라, 캠코더, TV디스플레이, MP3 플레이어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며 “고성능 멀티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더해 근거리 유무선 통신까지 통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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