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앞 네거리를 중심으로 T자 형태 대로를 GS칼텍스 주유소가 점령했다. 모두 여섯 곳이다. 서초구를 가로지르는 신반포로엔 GS칼텍스 주유소만 세 곳이다. 강남구를 관통하는 학동로까지 연장하면 GS칼텍스 주유소만 네 곳이다. 서초구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우면로도 GS칼텍스 차지다.
이들 주유소의 공통점은 강남지역임에도 싸다는 것이다. 주유소 1곳을 제외하면 가격도 휘발유는 1966~1967원, 경유 1788~1789원으로 거의 같다.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주유소는 신반포로에 있는 대성산업 직영주유소 두 곳이다. 대성산업 박리다매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사은품은 물론이고 포인트도 없다. 물티슈 하나가 전부다. 세차장도 주유소 한 곳에만 있는데 이마저도 유료다.
대성산업 직영 터미널주유소는 지난 8월 이후로는 고속버스터미널 물량이 끊겨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고속버스터미널에 자체 주유소가 생긴 탓이다.
대성산업 직영주유소 관계자는 “대성산업은 가격 인하로 마진을 최대한 줄여 고객을 끌어들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유소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사은품·포인트를 다 없앴다. 세차장도 돈을 내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포그린주유소 관계자는 “바로 옆 대성산업 직영주유소 때문에 가격을 안 낮출 수가 없다”며 “이 일대 주유소 모두가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반포로와 우면로는 물론이고 서초구는 사실 GS칼텍스 차지다. 주유소 45곳 중 24곳이 GS칼텍스다. SK에너지 15곳,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각각 세 곳이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우면로 끝에 GS칼텍스 강남지사가 있어서 이 일대가 저가 정책을 펼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강남지사에서 주변 매출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원래부터 GS칼텍스 주유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전국 매출 순위 1, 2위를 다투던 SK에너지 삼풍주유소가 우면로에 있었다. 삼풍주유소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한 달 동안 대책본부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주유원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기름을 넣어주는 등 독특한 서비스로 한 때 월 판매량이 1만드럼을 넘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 주유소 업계의 롤모델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개업 20년 만에 문을 닫고 고깃집으로 업종 변경했다.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탓이다.
인근 주유소 한 관계자는 “삼풍주유소는 사은품이나 서비스로 특화해 고가 정책을 썼다”며 “기름 값이 오르니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반포로 및 우면로 일대 GS칼텍스 주유소 현황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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