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도 참여 300여명 모여… "하버드가 소득상위 1% 대변"
교정에 텐트 치고 노숙시위
월가 점령 시위가 미국 엘리트의 산실로 불리는 하버드대 캠퍼스에서도 발생했다.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글로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 하버드대 캠퍼스 내 하버드광장에서 시위대 300명이 모여 반월가 시위를 벌였다. 시위 발생 후 대학 측에서 학생이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하버드광장으로 통하는 철문을 통제하자 학생들이 반발해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학생을 포함한 시위대가 이날 오후 10시쯤 하버드광장과 과학관 사이에 있는 철문을 사이에 두고 대학경찰과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경찰이 총기 등을 빼앗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대 가운데 하버드생과 직원이 포함돼 있었지만 학생이 아닌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대학경찰과 시위대 간의 실랑이가 30분가량 벌어진 뒤 학생들은 신분증을 보여준 뒤에야 하버드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위대 수십 명은 대학 창립자인 존 하버드 동상 앞에 20여 개의 텐트를 치고 노숙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늘어나는 빈부격차에 하버드대가 미치는 영향을 비판했다.
특히 하버드대가 미국의 부를 지배하는 소득계층 상위 1%를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실직자 등 사회 불만세력이 반월가 시위를 주도했지만 지성의 상징인 하버드대 학생이 시위에 참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학교 측에서 외부인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고 10일엔 비까지 내리자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하버드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의견을 표출하는 권리를 인정하지만 시위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하버드생이 아니다"라며 "시위를 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일반인의 캠퍼스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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