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교두보 확보에 대기업 총수도 발벗고 나서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김남권 기자 =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열기가 뜨겁다.
베트남은 포함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메콩강 경제권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로 진출하는데 거점이 되기 때문이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재계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포스트차이나` 시대의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올해부터 고도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욕구와 맞물린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유통, 물류, 보험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개척에 나서거나 기존 진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세제혜택 등 우호적인 사업 환경 때문에 관심을 베트남으로 돌리고 있다.
◇ 대기업 총수 부지런한 `구애` = 최근 대기업 총수와 베트남 정ㆍ재계 인사들과의 교류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지난 9일 한국을 방문중인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을 본사로 초청해 교류 활성화와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993년 국내 최초로 호찌민에 취항한 것을 시작으로 금호건설과 금호타이어, 금호고속 등 계열사들이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타이어 공장을 짓는 등 금호아시아나는 베트남에 총 5억달러를 투자하고 8천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LS그룹 구자열 회장도 이날 쯔엉떤상 주석과 만나 협력 강화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LS전선은 1996년 베트남에 진출해 매년 3억5천달러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앞서 지난달 25일 대한생명 신은철 부회장과 한화건설 김현중 부회장, ㈜한화 무역부문 박재홍 대표, 푸르덴셜투자증권 이명섭 사장 등을 태우고 베트남 하노이로 날아갔다.
한ㆍ베트남 경제협력포럼을 결성한 김 회장은 호앙쭝하이 베트남 부총리를 예방해 다방면의 투자 협력을 논의했다.
한화는 2009년 대한생명이 국내 보험사중 처음으로 진출했고, 한화건설은 호찌민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와 고속도로 건설사업 참여를 추진중이다.
대한생명 베트남 현지법인은 5천10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한화는 시장을 확대해 2015년에는 시장 점유율 5%, 설계사 1만6천명, 초회 보험료 3천400만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을 기치로 내건 한화는 6개의 글로벌시장 개척단 가운데 아세안 지역본부는 호찌민에 두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베트남은 아세안 시장 개척을 책임지는 전략적 요충지"라면서 "태양광 사업과 생산기지 확보, 인프라 구축, 자원 개발 사업, 생명 보험 진출 등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7월 하노이에서 마이후틴 U&I그룹 회장을 만나 내년 말까지 이마트 하노이 1호점 출점을 추진하는 방안에 관해 협의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의 동남아 진출에 베트남을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방안이다.
중국에서의 실적이 저조한 롯데마트는 지난 9월 롯데베트남쇼핑의 자본금을 5천만달러 증액할 수 있도록 베트남 투자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사업에 탄력을 얻었다.
앞서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은 베트남을 방문해 상공부장관 등 정부 관리를 만나 외국자본 제약 완화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CJ GLS는 지난 7월초 국내 물류업계 가운데 베트남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지역 9곳에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작년 인터넷 이용자 수가 2천600만명을 넘어선 베트남은 온라인쇼핑몰과 택배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CJ GLS는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에서는 락앤락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베트남을 수출기지로 정했다. 락앤락은 호찌민 인근 연짝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붕따우에는 내열유리 공장을 짓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이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세제혜택도 줄어들어 생산기지로서 매력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 두 팔 활짝 벌린 베트남 = 대한상의 베트남사무소 김호균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업들이 `거만한 중국`을 떠나 `팔 벌린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정 규모를 넘지 않으면 투자를 거부하는가 하면 인건비가 무섭게 오르자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공장에 1만여명의 직원을 두는 등 2천500여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다.
내달초에는 경남기업이 하노이에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를 완공한다.
이 건물은 높이 336m의 타워동과 48층 규모의 아파트 2개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백화점과 사무실, 극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한 사업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베트남은 세계 1위의 투자국인 한국에 우호적인 여건을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메콩강 경제권 시장으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호찌민지부를 마련했다.
올해초 베트남 공산당은 전당대회에서는 2015년까지 매년 국민총생산(GDP) 7.5%의 고도성장 전략을 채택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작년보다 1.7배 많은 2천달러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김 소장은 "베트남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면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개발을 통해 후진 개발국에서 도약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베트남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베트남 누적 투자건수는 2천823건, 투자금액은 234억달러로 세계 1위다. 베트남 투자금액에서 한국은 미국(7위)과 일본(4위), 싱가포르(3위) 등을 앞지른다.
김 소장은 "2020년까지 경제 규모를 2.2배 성장시킬 계획을 잡은 베트남은 경공업이나 신발제조업, 섬유업 등에서 탈피해 IT업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생산 제품의 주변국 공급을 위한 유통업종을 포함해 플랜트 사업 등이 유망한 협력 분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