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銀, 일제히 100~200억대 순이익
경영실적 신빙성ㆍ지속가능성 따져봐야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경영진단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이 다소 호전된 중간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들은 일제히 100억~2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적자행진은 멈췄지만, 신빙성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싸고 의문도 제기된다.
14일 금감원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회계연도 기준 1분기ㆍ9월 말) 2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HK저축은행도 261억원의 순이익을 내 이른바 업계 `빅3(솔로몬, 현대스위스, 한국그룹)`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2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이 예상되며, 진흥저축은행도 140억원 순이익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밖에 한국저축은행(81억원), 경기저축은행(74억원), 동부저축은행(54억원), W저축은행(45억원), 현대스위스2저축은행(20억원) 등 업계 중ㆍ상위권 저축은행들이 모두 이익을 봤다.
주식시장에 상장됐거나 후순위채권을 공모 발행한 저축은행들은 이날까지 분기 실적을 공시해야 한다.
대다수 저축은행이 이익을 내면서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금감원의 경영진단 결과 발표된 6월 말 기준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줄이고 개인 신용대출에 주력해 수익이 발생한 데다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다소 줄어들고 부실채권이 일부 회수된 것을 흑자전환의 배경으로 꼽았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경영진단 과정에서 처분한 부동산 매각차익도 일부 반영됐다"며 "신용대출에서 성과를 내면서 앞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흑자전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과거에도 회계법인을 통한 저축은행들의 경영공시가 금감원 검사 결과 뒤집힌 사례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저축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는 없다고 약속했지만 경영지표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명실상부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인지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자의 질(質)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의 본업인 이자수익이 늘어 흑자를 냈다기보단 영업 위축으로 `몸을 사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익이 생기거나 회계장부상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대형 대부업체가 연체금리를 부당하게 적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가 이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 대기업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PF 대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게 한 뒤 일부 부실채권이 회수, 재무제표로 환입(換入)된 게 흑자전환의 실제 요인 아니냐"며 "신용대출 역시 이미 포화된 시장이라 과거 PF 대출처럼 자칫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오히려 끝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