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이후 발표되는 경기 지표 대부분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더블딥(이중 경기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말 소비 특수까지 가세하면 경기 둔화기에서 벗어나 완만하게나마 경기 회복 기조에 들어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11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전월의 60.9에서 64.2로 상승하며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치는 61.5였다.
소비자심리지수가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소비자들이 미국의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나온 경기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10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만건 줄어든 39만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의 전망치 40만건보다 작은 규모다.
미국의 9월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4% 감소한 43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460억달러보다 작았다.
잇따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경기지표가 발표되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도 많이 줄었다.
대신증권 박중섭 글로벌팀장은 "아직 유럽 문제가 남아 있지만 지난 8월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걱정거리 중 하나인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 더블딥 우려가 지나쳤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과정들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매크로전략팀장도 "미국 경제가 유럽과 가장 다른 부분이 금융권 구조조정을 끝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부담도 부동산 위기 정점 때 이하로 내려왔다. 재정 부담이 남아 있어서 높은 성장은 어렵지만,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 소비 회복 신호가 없다는 점이 이 나라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소매협회(NFR)는 올해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에 4천656억달러의 소비가 나타나 작년 동기대비 2.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소비가 5.2% 증가했다.
홀리데이 시즌은 통상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약 한달 간의 기간을 말한다.
NFR의 소비 증가율 예상치가 작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2.8%의 소비증가는 과거 10년 홀리데이 시즌 평균인 2.6%를 웃도는 양호한 수치다. 게다가 NFR의 설문 기간 당시보다 소비 심리가 강화돼 실제 연말 소비는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중섭 팀장은 "미국의 3분기 지표가 좋은 것은 2분기 일본 대지진 등 여파로 억제됐던 소비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실물경제 성장이 둔화할 여지는 있지만, 연말 소비 특수에 대한 기대가 심리지표를 개선하면서 전체적으로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