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가 2002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에 합류한 이후 2~3년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드웨어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탓입니다.”
양정규 사장은 HIS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오랜 기간 삼성SDS와 쌍용정보통신 등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그다. 그래서인지 하드웨어의 비즈니스 속도가 생각 외로 빠른 것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업무 프로세스도 소프트웨어와 전혀 달랐고 관련 부서나 관리 포인트도 많았다.
그랬던 그가 9년 만에 HIS 사장 자리를 꿰찼다. EMC와 함께 국내 스토리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HIS를 이끌게 된 것이다. 모든 게 오랜 기간 IT업계에 종사하면서 품었던 ‘성실’이라는 생활신조 덕분이라는 게 양 사장의 얘기다.
지난 2월 사장에 취임하면서 9개월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HIS에 대한 인식을 하드웨어가 아닌 솔루션과 서비스 업체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프로페셔널서비스(PS) 사업본부를 조직해 솔루션과 컨설팅 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제휴를 통해 기업 콘텐츠 관리(ECM) 솔루션을 확보하고 컨설팅 인력도 보강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솔루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도 체결했다. 하드웨어 외적인 부분을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 스토리지 사업은 더 강화했다. HIS는 전통적으로 직판 비즈니스를 해왔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채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지난 5월 로이트GMC와 처음으로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엔 미드레인지 분야를 담당할 총판을 두고 중견중소기업(SMB)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빅데이터다. 고객 데이터센터 혁신을 위해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와 함께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를 3단계 전략에 맞춰 재조정했다.
첫 번째 단계는 빅데이터 관리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현의 기초 단계인 인프라스트럭처 클라우드다. 고객의 분산된 IT인프라를 가상화해 통합하고 비정형 데이터 관리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인 콘텐트 클라우드는 고객 데이터를 애플리케이션과 분리해 언제 어디서든 활용하도록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데이터를 정보자산으로 변환하고 분석해 기업 의사결정을 위한 가치로 제공하는 인포메이션 클라우드가 세 번째 단계다.
양 사장은 “3단계 전략에 기반을 두고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강화해 나가면서 동시에 스토리지 신규 사업 개발에 힘쓸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빠른 업무 프로세스를 위한 효율적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해 HIS를 국내 최고 스토리지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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