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얼 스틸’은 주인공이 파이터 로봇을 실은 트럭을 운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달리는 차 주변에는 풍력발전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저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다. 감독은 풍력이 유력한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은연중 드러낸다.
풍력발전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미래가 아닌 현재다. 세계 2위 풍력국가 미국은 GE 같은 대형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0GW 용량의 발전기를 설치했다. 사업 초기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풍력 강국 도약은 먼 훗날의 얘기로 들린다.
언제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온 우리나라는 풍력 부문에서도 신화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최근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발전회사·풍력설비개발업체와 긴밀한 협력도 약속했다. 목표는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해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단지 개발 능력을 확보, 2020년 세계 3대 해상풍력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종합추진계획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로드맵에 현실성을 가미했다. 시작이 조금 늦더라도 확실하게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자체·업계가 뜻을 한데 모았고 각자 역할을 명확히 나눴다.
남은 과제는 구체적인 계획의 수립과 실천이다. 계통연계는 누가 담당하는지, 인허가·자금 관련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특수목적법인(SPC)과 풍력업계 간 계약은 어떤 조건·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등 크고 작은 의문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 국산화율 제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지원도 더 필요하다.
업계가 종합추진계획 발표를 참을성 있게 기다린 것은 해상풍력사업이 어렵지만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진력을 보여줘야 한다. 업계와 학계도 힘을 모아야 한다. 9년 후 ‘해상풍력 강국, 마침내 꿈을 이루다’는 제목의 기사를 쓰고 있을 기자의 모습을 상상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