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카스피해를 둘러싼 6개국 원유전쟁

카스피해는 러시아 남서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이란 북부, 우즈베키스탄으로 둘러싸인 세계 최대의 내해다. 이 곳은 원유매장량이 2700억배럴로 확인되면서 세계 각 국의 영토 확보전쟁이 한창이다. 제 2의 중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낮은 수심에 많은 양의 원유를 품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잠빌 광구의 지분 27%를 확보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스피해는 러시아 남서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이란 북부, 우즈베키스탄으로 둘러싸인 세계 최대의 내해다. 이 곳은 원유매장량이 2700억배럴로 확인되면서 세계 각 국의 영토 확보전쟁이 한창이다. 제 2의 중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낮은 수심에 많은 양의 원유를 품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잠빌 광구의 지분 27%를 확보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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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카스피해를 둘러싼 주변 6개국의 소리없는 원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과 손잡고 기름밭인 카스피해 북부(카스피해 유전 50%)를 점령하고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아제르바이잔 4개국 역시 주요 선진국과 합종연횡을 통해 탐사·개발·송유관 등 자원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국영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카스피해 원유를 지중해로 수송하는 BTC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아제르바이잔에 모두 20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러시아 석유·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제르바이잔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류상수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중동에 이은 제2의 기름밭으로 베네수엘라와 카자흐스탄이 꼽히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환경이 뛰어나다는 장점과 함께 주변 CIS(구 소련 독립국가연합) 국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피해는 면적 37만1000㎢, 물 용량 7만6000㎦, 길이 1200㎞, 넓이 300㎞에 이른다. 원유매장량은 2700억배럴(세계 7위 규모)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정부와 탐사계약을 체결하고 카스피해 북부에 위치한 잠빌광구에서 원유탐사 시추선을 건조 중이다.

 ◇송유관에 숨겨진 패권전략=세계 최대 호수인 카스피해는 깊지 않은 수심 아래 온통 기름을 품고 있다. 21세기 첫 자이언트(대규모 유전)로 카샤간 유전이 발견되면서 원유영토 확보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원유전쟁의 중심에는 석유와 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있다.

 카스피해를 둘러싼 파이프라인은 크게 BTC·CPC·중국·아시아라인 4개로 나뉜다.

 카자흐스탄은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구 소련시절 구축돼 카자흐스탄 내부보다는 러시아와 석유·가스 수송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미국·중국·인도·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카자흐스탄 유전에 투자하면서 파이프라인의 지도가 복잡하게 그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기존 러시아 CPC라인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그루지야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 세이한까지 이르는 ‘BTC(바쿠-트빌리시-세이한)라인’을 완공하며 카스피해에 전진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BTC라인을 보호하기 위해 아제르바이잔에 군사기지를 구축했으며 합동군사훈련도 진행 중이다.

CPC라인(연간 수송량 2800만톤)은 러시아·카자흐스탄·오만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텡기즈 유전에서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 인근 오제레이카 수출터미널까지 부설한 파이프라인이다. 러시아는 CPC라인을 통해 유럽의 석유·가스공급을 통제하려는 속내다.

 일본은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방문을 계기로 이 지역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인도 역시 중앙아시아로 가는 송유관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컨소시엄을 통해 잠빌 광구(추정 매장량 10억배럴)의 지분 27%를 확보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용하 석유공사 카자흐스탄법인 팀장은 “카스피해는 남한의 3.7배, 한반도의 1.7배에 이르는 거대한 기름밭으로 풍부한 원유를 품고 있다”며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유망광구를 거의 차지했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회가 많은 땅”이라고 말했다.

 ◇중국, 21세기 실크로드를 세운다=자원전쟁에서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카스피해 역시 마찬가지다.

 임종필 석유공사 악토베법인 과장은 “중국은 유전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뭉칫돈을 들고 거대 유전을 송두리째 사들이는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CNPC는 지난 2009년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생산회사인 만기스타우무나이가즈(MMG) 지분 50%를 매입했다. 또 국영 석유회사인 KMG에 50억달러를 제공하고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CNPC는 카자흐스탄 내 총 36개 석유·가스자산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15개 자산은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2005년에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에 인수하고 3개월 후 카자흐스탄 아타수와 중국의 두산쯔를 연결하는 길이 1000㎞의 송유관을 완공했다. 카스피해 인근 켄키약-카샤간-악다우광구에서 생산된 원유를 내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구축한 파이프라인이다. 중국은 지난 2006년 4월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중국은 우즈베키스탄 정부와도 현 정권안정 보장 및 지지를 통해 중국으로 들여오는 파이프라인의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 반테러 지역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중국의 전방위 원유확보 공세가 커지자 카자흐스탄 정부가 뒤늦게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카스피해 원유 개발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던 카자흐스탄이 중국에 대한 원유개발과 M&A를 쉽게 허가해 주지 않고 있다. M&A로 자국 내 외화가 들어오지만 실질적으로 카자흐스탄 정부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등 주요 원유개발 국가와 달리 중국은 M&A 이후 자국 원자재와 인력을 대거 끌어오면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어서다.

 류상수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카자흐스탄 석유가스부는 중국과의 자원외교 협력이 다른 협력국가와 비교해 자재수급,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국과의 틈새는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려는 국가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스피해 영유권 분쟁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카스피해 5개국(아제르바이잔·이란·카자흐스탄·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에서도 카스피해의 법적 분쟁은 해결되지 못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를 바다라고 주장해 카스피해 해저를 중간선을 따라 균등분할하고 해수면을 공동관리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나머지 4개국은 카스피해가 호수라며 면적에 상관없이 똑같은 크기로 나누자는 의견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일 경우 국제해양법조약에 따라 12해리(1해리 1852m)가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해양지역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12해리 범위 내에서 원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회의에서도 이란의 반대에 부딪혀 같은 이슈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기본 합의만 도출된 상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란은 카스피해를 바다로 선언할 경우 카스피해의 13%에 대해서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 호수로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호수로 규정되면 공동관리를 할 수 있어 20%의 권리 주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스피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깊어지면서 세계 석유회사 추가 탐사도 지연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 등 외국기업은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카스피해 케파즈와 세더 유전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토탈은 유전 참여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 석유·가스자원청과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제르바이잔 정부에는 사전 승인을 얻어냈다.

 하지만 유전영토 경계선이 정확히 그어지지 않아 탐사개발에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토탈은 2012년 중반까지 탐사정 1공를 시추해야 하지만 영유권 분쟁으로 현재 탄성파 탐사만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패트로사우디 역시 아제르바이잔과 공동개발을 위한 예비협상을 추진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카자흐스탄의 석유산업 정책

 카자흐스탄은 1991년말 구소련 해체 이후 소련에 의존했던 경제자립과 발전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카스피해 석유자원 개발과 수출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이후 자국 이익확대, 자원통제 강화를 위해 석유개발 관련 법개정을 진행 중이다. 2008년에는 생산물분배계약법을 폐지하고 조광계약에 의한 석유개발사업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석유법에서 광구매매계약(PSA)을 삭제했다. 그동안 육상광구는 조광계약, 해상광구는 PSA에 의해 개발돼 왔다.

 카자흐스탄 내부에서 초기 계약들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유전에 대한 자국지분 확대 및 세금 인상을 위해 해외 석유기업에게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 정부는 △내국인 고용조항 강화 △보너스 지급시기 변경 △정부의 선취권 행사 확대 △복합계약 폐지 △광권 박탈가능 사유 확대 등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세법도 개정해 기존 로열티를 광물생산세(MPT)로 변경하고 세율을 인상했다. 지난해 6~19%였던 MPT는 올해 7~20%로 상향 조정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PSA가 아닌 조광계약에 따라 개발을 추진하게 되면 참여사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향후 세법 개정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진다”며 “해외 기업들은 100만달러에 이르는 서명보너스와 발견보너스를 지급해야 하는 등 탐사비용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카스피해 수역 주요 광구 및 동향 단위: ()안은 %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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